삼성이 '신(新) 녹색 경영'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
21일 삼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열린 사장단협의회는 신임 사장들의 포부와 각오를 듣는 상견례에 이어 '녹색 경영' 주제의 강연과 토론을 가졌다. 재계에선 최근 단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 후 이날 처음 열린 사장단협의회가 '그린 비즈니스'를 화두로 삼은 데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이 경제위기 돌파구를 '그린 전략'에서 찾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삼성지구환경연구소 백재봉 상무는 삼성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녹색 경영의 세계적 추세와 각 사별로 녹색 경영 전략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소개와 환경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강연 골자였다"며 "특히 이를 어떻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활용할 것인 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물론 삼성 사장단협의회가 그룹 차원의 전략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조직이 아닌 만큼, 이를 두고 녹색 경영을 본격화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현안으로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새 진용을 갖춘 삼성 사장단협의회의 첫 주제가 녹색 경영이었다는 점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재계 평가이다. 삼성 관계자도 "사장단협의회는 CEO들의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경험을 주고받는 자리"라며 "각 사 경영여건에 맞춰 이를 어떻게 적용할 지는 CEO들의 소관"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삼성은 1996년 '녹색 경영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당시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는 기업 활동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환경 보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당시 녹색 선언이 주로 환경보호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면, 올해의 '신 녹색 경영'은 철저히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 주목된다. 실제 삼성지구환경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녹색 비즈니스 기회와 관련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 이날 사장단협의회에서 좌장인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만큼 삼성이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승진했거나 자리를 옮긴 사장들 역시 "배전의 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라며 차례로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중공업 조선소장인 배석용 사장을 제외한 사장단 전원이 참석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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