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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파업 결의… "투쟁밖엔 방법 없나" 현장은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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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파업 결의… "투쟁밖엔 방법 없나" 현장은 뒤숭숭

입력
2009.01.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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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날밤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것을 놓고 삼삼오오 직원들이 모인 자리마다 작은 말다툼이 벌어졌다.

"파업만이 우리의 권리를 확보하는 길"이라는 강경론과 "과연 지금이 파업을 할 때인가"라는 신중론이 맞서면서 하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 더군다나 노조 집행부의 파업 결의를 반대하는 대자보 앞에는 직원들이 무더기로 모여 대자보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이에 앞서 19일 밤 울산공장 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02차 현대차 노조 임시 대의원 대회에선 전체 대의원 496명 중 400여명이 참석, '쟁의발생 결의안건'을 상정한 뒤 이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물론 현대차 파업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가 파업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전체 조합원 대상 찬반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이 경우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한 해(95년)만 제외하고 무려 21년간 파업을 하는 셈이 된다.

현대차 노조가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결의하고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노사가 지난해 합의한 '1월 중 전주공장 주간 연속 2교대제 시범 시행안'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이런 노조 주장에 대해 사측은 물론이고 현장 근로자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때문에 100여명의 노조 간부와 대의원들이 집행부의 일방적인 파업 결의 움직임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의원대회 참석을 거부하는 등 최근에는 노노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파업 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도 일부 대의원들은 "지금 시기에 파업 결의는 무리"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공장 9개 생산라인별 노조 대표들은 "투쟁만 밀어붙이지 말고 지금의 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 대표는 "집행부의 독단적인 파업 추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조합원이 공감하지 못하면 지난해처럼 혼란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위기에 처한 만큼,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조합원 간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의 미국내 판매 대수는 2만4,037대로 전년동기 대비 48.3%나 급감하는 등 최근 현대차 실적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도요타마저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고,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은 그 운명을 점치기도 힘들 정도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도 격변하고 있다.

이날 식당 앞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조원들은 파업보단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원하고 있다"며 "많은 근로자들이 고용 불안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파업 결의는 걱정만 키우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차 노조는 설 연휴로 24~29일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에 다음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신청을 한 뒤 10일간 조정을 거쳐 전체 조합원 4만5,000여명 대상의 찬반투표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로 조합원들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거센 만큼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지는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시장이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파업을 하겠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회사 생존을 위해 노조의 파업 결의는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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