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된 직후 흑인 시위대와 경찰의 대립으로 화염에 휩싸였던 워싱턴 14번가와 U스트리트의 교차로에는 20일 백인, 흑인, 아시아인 할 것 없이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있었다.
말콤 엑스가 썼던 것과 같은 모양의 안경을 낀 흑인 대학원생들 옆에서 백인 어린이들이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 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인종의 벽을 넘어 화합하는 워싱턴의 모습을 이렇게 소개했다.
1950, 60년대의 끔찍한 인종차별을 겪어낸 이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1957년 아칸소주의 리틀록 고등학교에서 흑인 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는 백인들에 맞섰던 '리틀록 나인' 중 한 명인 테렌스 로버츠는 AP통신에 "유색인종 남자를 바라보며 대통령이라 부르는 일이 내 평생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다.
버락 오바마는 이날 흑인 노예들의 피와 땀으로 지어진 미국 국회의사당 밖에서,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선언한 바로 그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경찰은 20일 취임식 관람객이 3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관람 인파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날이 밝기 전부터 줄을 길게 섰으며 심지어 행사장 인근에서 전날 밤을 지샌 이들도 허다했다.
특히 20일 워싱턴의 아침 기온이 영하 7도, 체감기온은 영하 13도에 달할 정도로 동장군이 기세등등 했지만 역사적인 첫 흑인 대통령을 맞이하는 열기는 식히지 못했다.
대통령 취임식에 전례 없이 많은 관람객이 몰려 들면서 보안과 질서유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 당국은 워싱턴 도심의 교차로 곳곳에 3톤 무게의 콘크리트 장벽을 세워 교통을 통제했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포토맥강의 다리 4개와 몇몇 도로를 차단했다.
경비 병력도 총출동했다. 전국 25개주에서 자원한 주 방위군들은 사복차림을 한 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미국 전역에서 동원된 경찰만도 4,000여명이며 심지어 600명의 보이스카우트 소년까지 동원돼 관람객 안내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오바마의 취임이 상징하는 진정한 화합을 실현하기 위한 뜻 깊은 축하 행사도 열렸다. 비영리기구인 스태퍼드 재단은 20일 저녁 노숙자, 무직자, 상이용사 등 자비로 취임식에 참가할 수 없는 사회 빈곤층 600명을 초대해 백악관과 인접한 J. W. 메리어트 호텔에서 '시민들의 취임 파티'를 연다.
재단 대표인 사업가 얼 W.스태퍼드는 무려 160만달러를 들여 참가자에게 숙소와 식사 등을 제공했다. 스태퍼드는 AP통신에 "이 행사가 이 사회에 존재하는 장벽과 한계들을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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