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2003년) 직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자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인 래리 린제이는 전쟁 비용이 2,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린제이의 추정을 "실없는 소리"라며 500억~600억 달러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폴 월포위츠 국방차관은 전후 재건비용을 이라크 석유수익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그렸다. 심지어 미국국제개발처(USAID) 앤드루 나치오스 처장은 2003년 4월 ABC방송 나이트라인 진행자인 테드 카펠과의 대담에서 이라크에 17억 달러만 투자하면 재건할 수 있다는 황당한 전망까지 내놓았다.
▦부시행정부 관료들은 이라크전쟁 비용이 미미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전쟁비용은 부시 행정부의 추정을 비웃듯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3조달러 전쟁>이라는 책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들어간 작전비용만 6,460억달러(2003~2007년)나 됐다고 강조했다. 이라크에서만 한 달에 125억달러가 넘게 투입되고 있다. '충격과 공포'로 명명된 이라크전쟁은 이라크 민주화에 실패한 채 테러와 반미주의를 확산시키면서 부시의 최대 실책으로 비판 받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로 미국과 세계 경제에 오히려 충격과 공포감만 주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국방부와 의회, 보훈처 자료를 끈질지게 파헤쳐 부시 행정부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지 않은 이라크 전쟁비용을 폭로한 점이 돋보인다. 예컨대 총전쟁비용에 2007년까지의 작전비용(4,730억달러) 및 미래에 투입될 작전비용(6,690억달러) 뿐만 아니라 퇴역군인 보훈비용(6,300억달러), 미래 국방 재건비용(2,670억달러), 이자비용(6,160억달러)을 포함시킨 것이다. 장애인이 된 퇴역군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부담할 사회적 비용(4000억달러)을 포함하면 전쟁비용은 3조 달러로 급증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백악관이 개전 초기 추정했던 것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이라크전쟁이 미국 신자유주의의 실패와 경제위기를 촉발했다는 스티글리츠의 시각은 새겨들을 만하다. 전비 지출을 위해 미국 내 투자를 하지 못한 데다,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저금리정책 및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과 소비의 과잉 거품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공약한 오바마 새 대통령이 미국과 세계 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위해서라도 '실패한' 이라크 전쟁을 조속히 끝냈으면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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