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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그룹' 자처 K씨 인터뷰 공개… 진실게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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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그룹' 자처 K씨 인터뷰 공개… 진실게임 가열

입력
2009.01.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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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네르바'를 자처한 K씨의 월간지 <신동아> 인터뷰 전문이 19일 공개되면서 미네르바 진위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K씨의 주장에는 신빙성을 부여할 만한 부분도, 해독이 어려운 대목도 있어 결국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 과연 누가 진짜인가

K씨의 주장은 30~50대의 금융전문가 7명이 진짜 미네르바 그룹이라는 것이다. 그는 2007년12월 비정규직 관련 글을 시작으로 지난 연말까지 500여건의 글을 자신들이 다음 토론게시판 '아고라'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의 성가를 높였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예측 글도 자신의 작품이라는 게 K씨 주장이다.

K씨는 금융권 종사자들간의 일종의 독서클럽으로 출발한 미네르바 그룹이 대기업 등 국내외에 상당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핵심 정보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자신들은 글을 특정 장소에서 두 개의 인터넷 주소(IP)를 사용해 띄웠고 PC방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반면 박씨는 이날도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씨의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는 박씨가 서대문구 자택에서 역시 두 개의 IP를 이용해 글을 띄웠고, 검찰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특히 "지난해 7월30일과 12월29일 글의 경우 박씨의 아이디(ID)로 작성됐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씨가 직접 자신의 ID로 로그인 한 뒤 글을 띄웠다는 의미다.

■ 약간의 실마리, 증폭되는 의문

K씨와 박씨는 둘 다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씨의 주장에서 약간의 실마리는 찾아볼 수 있다. 먼저 K씨가 사용했다고 주장한 인터넷 주소(IP)와 박씨가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IP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K씨는 박씨의 IP 도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IP를 조작하거나 도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는 게 K씨 주장이다.

K씨가 "신동아 기고를 반대한 뒤 그룹에서 이탈해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밝힌 미네르바 그룹의 한 이탈 회원이 K씨 그룹과 박씨 간 접점이 됐을 수도 있다. K씨는 박씨가 이 회원의 요청으로 단순히 인터넷에 글을 띄우는 역할만 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미네르바는 문제의 '달러매수 금지공문 발송' 글을 띄운 지난해 12월29일 또 다른 글에서 "하지 말라니까 내부참고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잡지사에 가져다가 팔아먹는 놈이 있지 않나"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신동아와 만난 적이 없다"는 박씨 주장과는 배치되는 문구다.

물론 반대로 K씨가 미네르바를 사칭했을 가능성도 있다. K씨는 영국계 은행인 HSBC를 중국계로 묘사해 논란을 빚은 글과 관련해 "오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글은 이미 다른 네티즌이 작성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라 K씨 해명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7명이 두 개의 IP를 공유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지, IP 조작ㆍ도용이 쉬운 일인지도 논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또한 K씨와 박씨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굳이 미네르바를 자처한 이유 등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 검찰 나설까

결국 K씨와 박씨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다 어느 정도의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박 변호사는 "신동아가 객관적으로 K씨를 검증하라"고 요구했지만, 강제 수사권이 없는 언론사의 진실 규명에는 한계가 있다. 해답은 수사기관이 찾아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사법처리 대상인 두 건의 허위사실 게재 글을 박씨가 쓴 것이 명백한 만큼 추가 수사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당초 사법처리와 무관한 방증들을 제시하면서 "박씨가 유일한 미네르바"라고 강조했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검찰로서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은 미네르바 그룹 이탈 회원이 박씨에게 글 게재를 요청했다는 K씨 추측이 사실일 가능성이다. 이 경우 이 사건의 주범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당초의 호언장담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든, 실체적 진실 규명 차원에서든 검찰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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