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러운 도시'가 히트하냐 못하느냐에 따라 충무로 코미디 영화의 방향이 달라질 듯 해요."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의 주연이자 제작자인 배우 정준호는 흥행에 대해 기대와 함께 걱정도 감추지 않았다.
'조폭코미디는 이미 시장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도는 요즘 조폭과 경찰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를 설 연휴를 겨냥해 내놓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러운 도시'는 홍콩영화 '무간도'시리즈에서 얼개를 빌렸으며, 조폭 코미디의 대명사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여러 낯익은 설정을 재활용한다. 특히 정준호와 정웅인, 정운택 등 이른바 '정트리오'의 등장은 이 영화와 '두사부일체'의 연관성을 명시한다.
영화는 정의감이 너무 지나쳐 깡패들로부터 '깡패'라는 소리를 듣는 열혈 경찰 장충동(정준호)이 조폭에 잠입하고, 대학 나온 불량배 이중대(정웅인)가 조폭 끄나풀로 경찰에 숨어 들어가는 이야기가 맞물리며 큰 줄기를 이룬다.
여기에 '요즘 현대에서 TV가 잘나온답니다', '싸구려 CD(양도성예금증서를 음악CD로 오해)말고 양주로 (뇌물을)돌려. 루이 세븐틴', '이게 100년 된 나무야.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지켜본 나무지'라는 대사 등으로 일자무식을 자랑하는 조폭의 돌출 언행이 관객의 웃음을 노린다. 뿐만 아니다. 비장미 가득한 로맨스까지 무기로 장착했다.
홍콩 누아르에 조폭코미디를 버무리고, 비극적 사랑까지 양념으로 친 이 비빔밥 같은 영화에 대해 관객은 과연 웃음을 터뜨려 줄까, 아니면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일까. 분명한 점은 최소한 배우들은 촬영현장에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유감스러운 도시'에서 특히 눈길을 잡는 부분은 영화 속 정준호와 정운택의 묘한 관계 역전이다. 정준호는 '두사부일체'에서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손찌검하고 욕설을 날렸던 '대가리' 정운택의 휘하로 들어간다.
'두사부일체' 촬영 당시 혼절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배구선수 출신 정준호에게 다반사로 '스파이크'를 당했던 정운택에게는 절호의 복수 기회였던 셈이다.
"운택이가 꼭 나를 괴롭히는 장면 찍을 때마다 신나 했어요. '나도 준호 형 한 번 때려 본다' 이러면서요." 각본에는 당연히 없었고, 리허설 할 때조차 포함되지 않았던 '액션'을 정운택이 카메라가 돌아가기 무섭게 애드리브식으로 수 차례 시도한 경우까지 있었을 정도라니 한이 맺혀도 단단히 맺혔나 보다.
때리는 위치에서 맞는 위치로 신분이 격하된 '정트리오'의 맏형. 어디 당하기만 했을까. 정운택이 채무자에게 석유를 뿌리며 고문하다 실수로 자기 팔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당초 각본에는 없었던 내용. 정준호를 중심으로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운택을 골탕 먹이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다.
"결국 운택이가 반격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어요. '웅인이와 함께 출연할 영화 있어도 넌 뺀다' 이러면 또 금방 기가 죽어 말 잘 듣고…."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축구를 하고, 종종 식사와 당구도 함께 즐길 정도로 스크린 밖에서도 정웅인, 정운택과 친분을 과시하는 정준호는 '정트리오'의 상투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관객들이 식상해 할 수 있잖아요. 비슷한 성격의 코미디에 나오면 문제가 좀 있을 듯해요. 세 명의 익숙한 캐릭터를 이용, 시사적인 내용을 가볍고 쉽게 풀 수 있는 영화라면 몰라도요."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자리를 뜨기 전 장충동이 청테이프로 칭칭 감긴 채 벽에 착 달라 붙여진 장면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개그맨으로 조연을 맡은)김대희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했는데 실제 되더라구요. 청테이프를 떼낼 때 살이 엄청 아팠습니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저를 놀린다며 촬영 끝내고 다 사라져 30분 동안 매달려 있기도 했죠. 가만, 그러고 보니 운택이가 작전을 짠 것 같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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