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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서 국보급 유물/ 석탑 해체중 깜짝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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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서 국보급 유물/ 석탑 해체중 깜짝 발견

입력
2009.01.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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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리장업 출토 현장

19일 오후 2시30분 전북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미륵사지 현장은 수많은 인파로 들썩거렸다.

1,400년의 세월 동안 석탑 속에 잠자고 있던 백제의 유물들을 보기 위해 학계 관계자와 언론뿐 아니라 시민들까지 300여명이 몰려들어 인산인해였다. 잇따라 터지는 플래시를 제지하느라 관계자들은 진땀을 흘렸다.

백제의 사리장엄구가 발견된 것은 2007년 부여 왕흥사지 목탑터에서 출토된 창왕(昌王) 시대(577년) 사리장엄구에 이어 두번째다. 1995년 부여 능산리 절터의 목탑터에서도 같은 창왕 시대(567년) 석제(石製) 사리감(사리를 안치하는 시설)이 발굴됐으나 사리장엄구는 발견되지 않았다.

국보 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양식의 석탑으로, 목탑에서 석탑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탑이다. 1999년 안정성 문제로 해체ㆍ보수 정비가 결정된 이후 2001년부터 해체 조사를 시작한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당초 목탑과 마찬가지로 중심 기둥을 받치는 심초석(心礎石) 위에 사리장엄이 안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4일 오후 3시 뜻밖에도 1층 초석 상면 해체를 진행하던 중 심초석 위에 있는 심주(心柱)에서 사리장엄이 튀어나온 것이다. 통념을 뒤엎는 곳에서 사리장엄이 출현한 데 깜짝 놀란 연구소는 즉각 해체 작업을 중단하고 유물 수습에 들어갔다.

심주 윗면 중앙의 사리공은 한 변이 24.8㎝인 정사각형 형태에 깊이 27㎝였다. 바닥에는 판유리가 깔려있고, 그 위에 다양한 공양품이 안치돼 있었다.

모서리에는 원형합 6개를 두고 그 사이에는 녹색의 유리구슬을 채웠으며, 은제 관식과 금제 소형판, 직물에 싼 도자(刀子) 등을 놓았다. 남측 벽면에 비스듬히 금제 사리봉안기를 올려놓고 가운데에 사리장엄구의 핵심인 금제 사리호를 안치해 놓았다.

금제 사리호는 높이 13㎝, 어깨 폭 7.7㎝의 작은 병 형식으로, 보주형(寶柱形) 뚜껑을 덮었다. X선으로 내부를 투시한 결과 내함(內函)과 외함(外函)의 2중 구조로 이뤄져 있음이 확인됐다.

사리호 표면에서는 연꽃잎 등 다양한 문양과 세공 기법이 드러나 당시 백제 금속공예가 절정에 달했음을 입증했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국보급 중에서도 최상급의 국보급 유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양품으로 함께 묻힌 각종 유물들의 경우 묻힌 연대가 확정됨으로써 다른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과의 비교를 통해 백제 유적의 축조 시점을 판정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폭 1.5㎝, 길이 8㎝의 금제 소형판에는 하부(下部)와 중부(中部) 등에 사는 개인의 시주 내용이 기록돼있어 당시 행정구역과 관리의 직위 등도 알려주고 있다.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은 "발굴된 유물은 정밀 보존 처리를 거쳐 문헌 기록이나 기존 유물과 비교 분석하는 연구 작업을 하게 된다"면서 "그 이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미륵사는 어떤 절

익산 미륵사는 백제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백제 최대의 사찰이다. 3개의 사찰을 한 곳에 세운 삼원병립식(三院竝立式) 가람 배치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도 유례가 없는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목탑에서 석탑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국보 11호 석탑 외에도 보물 236호인 미륵사지 당간지주가 있으며, 1974년 동탑지(東塔址)도 발견된 바 있다. 건물지는 백제와 고구려의 유구가 복합돼 있는 등 삼국시대 말기의 건축 기술이 총망라돼 있는 보고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는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인 백제 서동왕자가 왕이 된 후 용화산(龍華山) 아래 미륵사를 지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왕과 왕비가 용화산에 있는 사지사로 지명법사를 찾아가던 중 물 속에서 미륵삼존을 보고 왕비의 청에 따라 절을 지었다는 것. 또한 신라 진평왕이 여러 공인을 백제로 보내 그 역사를 도왔다는 기록도 삼국유사에 전한다.

그러나 이번에 석탑 조성의 내력을 밝힌 금제 사리봉안기(舍利奉安記)를 통해 미륵사 창건 주체가 백제 무왕의 왕비이자 백제 최고관직인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딸로 밝혀짐에 따라 미륵사는 백제의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커졌으며,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결혼 자체에도 의문을 던지게 됐다.

그간 학계에서는 치열한 각축을 벌이던 백제와 신라가 사돈 관계를 맺었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미륵사 서원에 있는 미륵사지 석탑은 본래 9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절반 이상 붕괴돼 6층 규모로 남아있다. 1915년 조선총독부는 탑의 보존을 위해 콘크리트로 보수 작업을 했으나, 콘크리트가 부식된데다 석재 균열 등으로 안정성 문제가 생겨 2001년부터 해체 보수에 들어갔다.

현재는 탑 1층과 기단부까지 거의 다 해체한 상황이며, 2007년을 목표로 했던 해체보수작업은 2014년까지 연장됐다. 총 예산도 80억원에서 60억원이 증액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번 사리장엄구 발견에 따라 향후 공사는 발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 금제 사리봉안기 원문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금제 사리봉안기(舍利奉安記)는 미륵사 석탑의 창건 시기와 내력을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리봉안기는 가로 15.5㎝, 세로 10.5㎝ 크기의 금판(金板)에 글자를 음각(陰刻)하고 주칠(朱漆)로 썼다.

글자는 앞면에 1행 9글자씩 모두 11행에 걸쳐 99자, 뒷면에 11행에 걸쳐 모두 94글자를 새겨 전문은 193자로 되어 있다. 다음은 금제 사리봉안기의 원문과 번역문이다.

<앞면>

竊以法王出世隨機赴

感應物現身如水中月

是以託生王宮示滅雙

樹遺形八斛利益三千

遂使光曜五色行요七

遍神通變化不可思議

我百濟王后佐平沙택

積德女種善因於曠劫

受勝報於今生撫育萬

民棟梁三寶故能謹捨

淨財造立伽藍以己亥

<뒷면>

年正月卄九日奉迎舍利

願使世世供養劫劫無

盡用此善根仰資 大王

陛下年壽與山岳齊固

寶曆共天地同久上弘

正法下化蒼生又願王

后卽身心同水鏡照法

界而恒明身若金剛等

虛空而不滅七世久遠

蒙福利凡是有心

俱成佛道

<번역문>

가만히 생각하건대, 법왕(法王ㆍ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중생들의) 근기(根機)에 따라 감응(感應)하시고, (중생들의) 바람에 맞추어 몸을 드러내심은 물속에 달이 비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석가모니께서는) 왕궁(王宮)에 태어나셔서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시면서 8곡(斛)의 사리(舍利)를 남겨 3천 대천세계를 이익되게 하셨다.

(그러니) 마침내 오색(五色)으로 빛나는 사리(舍利)를 7번 요잡(遶迊ㆍ오른쪽으로 돌면서 경의를 표함)하면 그 신통변화는 불가사의할 것이다.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佐平) 사택적덕(沙宅積德)의 따님으로 지극히 오랜 세월에 선인(善因)을 심어 금생에 뛰어난 과보를 받아 삼라만상을 어루만져 기르시고 불교의 동량(棟梁)이 되셨기에 능히 정재(淨財)를 희사하여 가람(伽藍)을 세우시고, 기해년(己亥年) 정월 29일에 사리(舍利)를 받들어 맞이했다.

원하옵나니, 세세토록 공양하고 영원토록 다함이 없어서 이 선근(善根)을 자량(資糧)으로 하여 대왕폐하(大王陛下)의 수명은 산악과 같이 견고하고 치세는 천지와 함께 영구하여, 위로는 정법(正法)을 넓히고 아래로는 창생(蒼生)을 교화하게 하소서.

또 원하옵나니, 왕후(王后)의 신심(身心)은 수경(水鏡)과 같아서 법계(法界)를 비추어 항상 밝히시며, 금강 같은 몸은 허공과 나란히 불멸(不滅)하시어 칠세(七世)의 구원(久遠)까지도 함께 복리(福利)를 입게 하시고, 모든 중생들 함께 불도 이루게 하소서.

익산=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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