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장관 같은 차관'을 맞게 됐다.
19일 교과부 1차관에 내정된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이 지닌 비중은 장관에 버금간다는 게 교육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대입 3단계 자율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은 모두 이 내정자 머리에서 나왔다.
그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얼개를 만들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위 간사 시절 완성한 프로그램들이다.
사실 이 내정자의 교과부 1차관 기용설은 2개월 여 전부터 돌았다. 특별교부금 파문과 안병만 장관의 간부 인사권 행사 선언으로 입지가 부쩍 좁아진 우형식 전 1차관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인 지난해 11월초부터 "이 전 수석이 교과부 1차관으로 올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현 정부의 교육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촛불집회 파동으로 유탄을 맞고 물러난 이 내정자를 다시 기용하리라는 관측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예상대로 됐다. 이 내정자 자신도 사석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말로 교과부 1차관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사는 향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과 안 장관과의 관계 설정이다. 이 전 수석 내정 소식을 접한 교과부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과장급 한 간부는 "이 내정자가 교육 개혁에 워낙 강한 소신을 갖고 있어서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교원단체나 교육계와 사사건건 마찰을 빚지나 않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내정자 주변에서는 '달라진 이주호'로 변신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내정자가 이 대통령 목표대로 교육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할 것은 분명하지만, 속도와 강약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가 청와대 수석 시절 일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현 정부 정책을 지지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과 갈등을 빚었고, 결국 낙마의 원인이 된 만큼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이렇게되면 학교 자율화,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등 교육 파트너가 있는 주요 정책들은 '선 협의, 후 추진'쪽에 중심이 쏠릴 전망이다.
특히 교과부 1차관 자리가 정책 추진은 물론 인사 등 행정 업무까지 챙겨야 하는 만큼 이 내정자가 '오버'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이 때문에 초미의 관심사인 안 장관과의 관계도 '참모' 역할에 주력하면서 주요 결정을 내릴 때 조언을 병행하는 식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총은 "'귀를 크게, 입을 작게' 하는 교육정책을 기대한다"는 말로 이 전 수석 내정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전국교직원노조는 "공교육이 더 황폐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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