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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화와 박경리의 토지' 출간/ 당대 문화·역사 촘촘히… '토지'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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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화와 박경리의 토지' 출간/ 당대 문화·역사 촘촘히… '토지'의 재발견

입력
2009.01.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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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소설이 당대의 역사학자, 사회학자, 통계학자들의 작업보다도 더많이 프랑스 사회에 대해서 알려준다"는 마르크스의 말은 지난해 별세한 우리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 에도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구한말에서 해방에 이르기까지 5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토지> 는 그 문학성 못지않게, 당대의 역사와 문화의 반영물로서 중요한 연구가치를 지닌다.

최유찬 연세대 교수, 이승하 중앙대 교수 등 9명이 최근 펴낸 <한국 근대문화와 박경리의 '토지'> (소명 발행)는 교육제도, 가족제도, 결혼제도, 도시, 여성의 일과 직업 등 미시문화적 프리즘으로 <토지> 와 당대 현실의 상관성을 분석한 연구서다.

조윤아 건국대 교수는 '결혼제도의 위반과 그 의미'라는 논문에서 겁탈, 야반도주, 계급을 뛰어넘은 혼인 등 당대의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는 <토지> 에서의 남녀 결합의 방식을 주목한다.

조 교수는 그 방식들을 세밀하게 뜯어봄으로써 <토지> 는 봉건적 신분제의 자장 안에 있던 혼인제도가 자유연애라는 근대의식과 만나 빚어낸 당대의 모순을 핍진하게 담아내는 문학작품임을 입증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런 남녀관계들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규범 사이의 강렬한 충돌을 의미한다"며 "등장인물들은 그 일을 겪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자기 내부의 모순을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승윤 성신여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식민지 경성의 문화와 근대성의 경험'이라는 논문에서 <토지> 의 서술방식과 경성의 공간적 역할, 민족자본의 형성과 그 결과 등을 고찰한다.

작품 속의 구체적인 사건들은 평사리를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그것의 발단은 경성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경성은 <토지> 전개의 한 축을 이루는 공간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토지> 속의 경성은 작품 속 모든 시국담의 근원지이며, 당시 개화지식인들의 활동무대"라며 "경성발(發) 이야기들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비껴있던 대다수 사람들에게 당대의 정치적ㆍ사회적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가, 경성은 평사리 사람들을 역사의 한복판으로 밀어넣으며 그들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결론내린다.

이밖에도 <토지> 에 등장하는 지식인의 유형을 분석한 이승하 교수, 여성 인물들을 고찰한 최유희 중앙대 초빙교수 등의 논문도 <토지> 에 나타나는 한국 근대의 문제를 새롭게 분석한 작업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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