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서관'이 돌아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49)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19일 단행된 개각에서 총리실 국무차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6월 이른바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청와대를 떠난 지 7개월여 만이다.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실세의 복귀여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 내정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통령 측근이다. 그는 1994년부터 10여년 간 이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다 서울시에서 정무보좌역으로 일하면서 이 대통령과 본격 연을 맺었다. 이후 이 대통령의 대선 경선 캠프인 '안국포럼' 창립멤버로 참여하고 선대위 네트워크 팀장으로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총괄하면서 이명박 정부 탄생의 '1등 공신' 중 한 명이 됐다.
특히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조각 작업에 깊숙이 참여하고,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일하며 실세 중 실세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이른바 '권력 사유화 4인방' 중 한 명으로 박 내정자를 지목해 공격, 알력을 겪으면서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박 내정자의 사퇴 이후 정치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재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뜻이다. 최근 개각설이 나오면서 '국가정보원으로 갈 것이다. 행정안전부로 갈 것이다'라는 등의 예측도 있었으나 결국 정부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국무차장직을 맡게 됐다.
그는 내각을 총지휘하는 총리실에서 각종 주요 정책 현안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적극 반영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의 기용을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 드라이브를 위해 친정 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정책보좌를 잘 했기에 경제 살리기 매진을 위해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이 판단한 것 같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내정자는 이날 "총리를 모시고 심부름 역할을 하는 데 충실하겠다"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내각 곳곳에 심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기용에 대해선 '코드인사'라는 등의 비판도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이날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의 내 사람 챙기기 인사는 안 된다" "권력 사유화 비판을 받고 물러난 인물을 재기용한 것은 오기인사"라는 등으로 맹공했다.
박 내정자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나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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