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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잡담 길들이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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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잡담 길들이기 3

입력
2009.01.2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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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여자의 젖꼭지는 젖먹이들의 명줄이지만, 남자의 젖꼭지는 무슨 소용일까. 쓸데없는 남자의 젖꼭지는 염색체의 결함 때문이라는군. 인간이 처음 수태되었을 때는 모두가 여자라는 거야. 수태 후 몇 주일이 지나서 갑자기 중간에 남성이 된다는 거지. 그 후의 아홉 달은 호르몬이 남자를 완성시키지만, 처음 있는 젖꼭지는 다 지우지 못하고-

여자가 남자가 되었다구?

우리 사이에 있는 손과 입,

여자와 남자의 얼굴이 웃고

두 얼굴이 하나 되어

피카소의 그림처럼 예쁘다.

반쯤 비어 있는 사람이 예쁘다.

다리와 다리가 껴안고

둥근 피부와 굴곡의 피부가 섞인다.

남자는 처음에는 여자였다구?

이웃 가운데 노부부가 있다. 그들은 다독다독 잘 살았다. 가끔 정원일을 하다가 얕은 담을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면 부인은 우리 남편은 달걀 하나도 못 부쳐요, 라고 남편 흉을 귀엽게 보기도 했다. 그 부인이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갔다. 몇 주일 동안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남편이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뭐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달걀을 전자렌지에 넣고 삶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절대 안돼요. 달걀이 다 폭발한다구요. 며칠이 지나고 난 뒤 다시 그는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그가 말했다. 이 닭죽 맛 좀 볼래요. 오늘 병원에 가져다 주려고 끓였어요. 닭죽 끓이는 법은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주름이 많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 마누라가 시키는 대로 했어요.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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