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제30대 무왕(재위 600~641년)이 창건한 전북 익산 미륵사지의 서탑(西塔)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탑 창건 내력을 밝혀주는 금제(金製) 사리기(舍利器)를 비롯한 유물들이 확인됐다고 문화재청이 18일 밝혔다.
사리기는 석가모니 부처의 유골인 사리(舍利)를 담는 그릇을 총칭하는 것으로, 탑을 부처의 무덤으로 간주하는 불교에서는 탑을 만들 때 중심 기둥을 받치는 심초석(心礎石) 주변에 사리기를 안치하고 탑을 조성한 내력을 적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익산 미륵사는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아들인 백제 서동 왕자가 나중에 왕이 된 뒤에 왕비를 위해 용화산(龍華山) 아래 지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창건 시기와 목적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미륵사지 서탑 금제 사리기의 발견은 이와 관련된 여러 의문을 풀어주는 동시에, 신라에 비해 문헌 자료가 크게 부족한 백제사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미륵사지 서탑 금제 사리기의 명문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판독하고 있으며, 19일 발굴 현장과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백제 사리기의 발견은 2007년 부여 왕흥사지 목탑터에서 발견된 창왕(昌王) 시대(577년 제작)의 사리기 이후 두 번째다. 왕흥사지 사리기는 가장 큰 청동의 사리함(폭 7.9㎝ 높이 10.3㎝)에 그보다 작은 은제 사리호를 넣고, 그 안에 다시 실제 사리를 담은 금제 사리병을 집어넣는 세 겹 중첩 형식이었다.
1995년 부여 능산리 절터 목탑터에서도 창왕 시대인 567년에 제작한 백제창왕명석조사리감(百濟昌王銘石造舍利龕)이 출토됐으나, 사리감 안의 사리기는 없어진 상태였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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