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단행된 삼성 사장단 인사는 삼성이 현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시금석이자 앞으로 삼성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세대 교체와 조직 혁신 없인 삼성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대대적 인사도 가능했다. 따라서 새로운 삼성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사장단 임원 연봉 및 복리후생 축소
실제로 삼성은 이날 사장단 및 임원에 대한 연봉 삭감과 일부 복리후생 축소 방침 등도 함께 발표했다. 각 사별로 경영 여건에 따라 임원 연봉을 10~20% 삭감하고, 해외 출장시 항공기 탑승 등급 및 숙박비도 하향 조정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사장단과 임원진의 솔선 수범과 고통 분담을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 위기를 적극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위기 의식은 이번 인사에서 연령이 가장 큰 기준이 된 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삼성의 홍보를 총괄해온 윤순봉 부사장은 이날 "이번 인사의 첫번째 기준은 연령이었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1948년 이전 태생으로 만 60세 이상 되신 분들은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한 데다 삼성도 올해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바로바로 의사결정을 내려 줘야 하는 데 환갑도 넘은 최고경영자들에겐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연령 이외의 다른 인사 기준으론 사장 재직 기간과 그 동안의 실적 등이 감안됐다.
삼성의 새로운 키워드는 신현장경영(MBWA)
이날 윤 부사장이 인사 배경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현장'을 수차례 강조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윤 부사장은 "앞으로 경영 전략 및 조직 개편의 키워드는 'MBWA'(Management By Working Around)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BWA는 의사결정권을 가진 경영자가 직접 현장에서 진척 상황 등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경영 전략을 의미하는 말로 통상 '신현장경영'으로 풀이된다. 본사 조직과 인원을 최소화해 임원들을 일선 현장에 전진 배치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가 준비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세대 퇴진과 새로운 시대의 개막
한편 이번 인사는 이학수 전 부회장 세대의 동반 퇴진이란 점에서도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에 20명 가까운 사장이 용퇴 또는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은 이건희 전 회장과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이 물러난 데 따른 동반 퇴진의 성격도 강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한 마당에 이들이 자리에 연연할 명분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고위층 경영진의 이번 동반 퇴진이 이재용 전무 체제의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주목된다.
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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