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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농업경영 르포-위기에도 길은 있다/ <상> '한우예찬' 충남 씨알농장 김태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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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농업경영 르포-위기에도 길은 있다/ <상> '한우예찬' 충남 씨알농장 김태종 대표

입력
2009.01.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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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직후인 2007년 6월,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일어났다. 국내 축산농가들이 극한의 위기 상황으로 몰리는 와중에, 충남 예산의 한 한우농가가 11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성공한 것이다. '한우예찬'이라는 친환경 한우 브랜드가 일궈낸 성과였다.

'한우예찬'은 충남 예산 일대의 한우 농가 65곳이 생산하는 친환경 한우 브랜드. '한우예찬'을 기획ㆍ개발한 충남 예산군 덕산면 '씨알목장' 김태종(45) 대표를 찾아 성공 비법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한우 100여 마리를 키우는 씨알목장의 주인에서 멈추지 않고 지역 농가들과 연대해 '한우예찬'을 키워냈고, 이제는 110억원 펀드를 기반으로 번식우에서 비육우로 연결되는 한우 생산의 수직적 계열화에도 성공했다.

대기업 부럽지 않은 브랜드 관리

김 대표는 1995년 서울 생활을 접고 농촌에 내려가 양돈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귀농 결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경기 남양주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던 형 김시종씨였다. 그는 동생에게 "이병철이 키운 돼지나 내가 키운 돼지나 장사꾼은 똑같이 사간다"고 했지만, 10년 뒤 김 대표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농업에도 '삼성'과 같은 브랜드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각이었다. "잘 키우기만 하면 팔 수 있다는 건 옛날 얘기다. 이제 농가들도 유통ㆍ소비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생산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어렵다."

그는 2004년 전업 한우농가로 전환하면서 처음부터 브랜드 '한우예찬'을 기획했다. 친환경 사육 고급 한우 브랜드로 컨셉트를 잡고, 아이쿱(iCOOP) 생협을 판로로 확보했다.

'한우예찬'은 고급육 합격점을 받았다. '한우예찬' 한우가 1등급 이상의 판정을 받는 비율은 88%로, 전국 평균(78%)을 크게 웃돈다. 특히 전국에서 평균 10마리 중 1마리 꼴로 나오는 1++등급 출현율은 30%가 넘는다. 지난해 7월에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도 획득했다. '한우예찬'소에 대해 역 이력추적이 가능하도록 유전자(DNA) 분석도 실시하고 있다.

비육우 65곳, 번식우 80곳으로 불어난 계약농가 관리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계약 농가들이 까다로운 '한우예찬' 사육프로그램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ㆍ관리하는 것은 필수. ▦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사식 구조로 마리당 10㎡ 이상의 사육시설을 확보하고 ▦6개월 미만 송아지 때부터 씨알목장이 지정한 섬유질배합사료(TMR)만 먹이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키운 한우가 '한우예찬' 마크를 달고 시장에 나갈 수 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 경영

씨알목장은 '한우예찬' 브랜드를 도입한 뒤 수많은 실험을 해왔다. 계약 농가들까지 기존 사육 방식을 뒤엎는 '한우예찬' 프로그램에 반신반의했다. 대표적인 게 씨알목장이 영양자원연구소에 의뢰해 개발한 '한우예찬' 전용 섬유질배합사료. "곡물사료를 먹여야 소가 빨리 살찐다"는 고정관념 탓에 농가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후 5~6개월로 잡은 거세 시기를 두고도 "너무 이르다"며 반대하는 농가도 있었다. 하지만 섬유질배합사료를 맘껏 먹고 자란 소들은 대부분 중량 700㎏을 넘겼고 거세 후 사육기간이 길어지면서 1등급 비율도 높아졌다. 볏짚을 따로 주지 않아도 되니, 일손 부담도 줄었다.

이런 성과는 과학적 데이터로 확인됐다. 씨알목장은 각 계약농가에게서 개체별 사료섭취 현황, 건강상태 등의 사육기록과 중량, 육질등급 등의 출하기록을 수집해 데이터베이스화, 최적의 한우 생산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비가 많이 든다는 선입견은 오해"라며 발상의 전환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한우예찬'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품질의 쇠고기와 비교하면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셈"이라며 "농가들도 품질 개선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유통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를 줄이면, 농민과 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대를 통해 상생의 길 찾아야

김 대표는 "농업 비즈니스는 다른 산업과 달리 '경쟁'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110억 펀드도 투자자들이 연 9%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에 주목했을 뿐 아니라 농민과 환경을 살릴 수 있다는 명분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농업은 이웃과의 협동을 통해 생산이 이뤄지는 전통을 갖고 있다"며 "개별 농민의 노력만으로는 생산과 유통, 소비의 과정에서 비즈니스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쳐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농림수산식품부

예산=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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