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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활자속 캐릭터가 무대에 생생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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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활자속 캐릭터가 무대에 생생히

입력
2009.01.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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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컴퍼니의 '완득이'

극단 김동수컴퍼니가 공연 중인 연극 '완득이'를 무엇이라 부를까. 이 극단의 레퍼토리인 '우동 한 그릇'처럼 가족극 시리즈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극중 삶의 경험 주체가 17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한국 연극에서 희귀한 '청소년극'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소설 <완득이> 는 지난해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다. 널리 읽혀진 원작의 경우, 각각의 독자별로 구축된 작품 속의 캐릭터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무대 위에 구현하는 일은 어렵다. 상상력의 작동방식이 사람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환상의 캐스팅'은 사실 가능하지 않다.

극단은 이 같은 어려움을 다양한 경우의 수를 노린 캐스팅 전략으로 이겨내려 했다. 2진, 3진의 캐스팅에 1인 다역, 교차 배역까지 운용하는 방식으로 관객의 선입견 속에 자리 잡은 활자 속 캐릭터들을 무대 위에 생생한 인물들로 되살려 낸다.

소설의 스토리텔링을 극적으로 각색해낸 솜씨도 차지다. 주인공 완득이의 무수한 속말은 방백이 되어 희극적 효과를 더한다. 소설 속의 다양한 공간은 외국인 노동자 쉼터 교회, 완득이가 사는 옥탑방과 교실, 이종격투기 체육관 등으로 압축해냈다. 극은 원작 소설이 다루고 있는 대한민국 오늘의 주요한 현실과 쟁점들을 무리 없이 담아낸다.

다문화 가정이 겪는 갈등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 공교육 해체 현실, 완득이의 여자 친구 윤하가 품은 반전의식과 종군기자 꿈이 그것들이다. 극은 청소년층에게 스미고픈 우리 사회와 세계를 향한 윤리적 감수성들을 놓치지 않고 간다.

극장 밖에서는 청소년의 자유를 옥죄고, 정치 참여를 봉쇄하며, '미숙'과 '비행'으로 수식하고, 점수 관리 대상으로나 삼으려는 기성세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지만 연극 '완득이'에선 이런 현실의 먹구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호의적이고 선량한 어른들 속에서 혼혈 소년 완득이가 바라보는 하늘은 높고 푸르다. 그렇다면 이 연극은 현실 너머 판타지를 다루는가? 물론 아니다. 사회 공동체의 문제점을 극장에서 함께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불화와 갈등 요소를 씻어내고, 연대와 나눔으로 나아가게 하는 '대동굿'에 가깝다.

눈물과 웃음을 잘 배합하고 결말이 해피엔딩인 위안의 서사, 미학적으로는 소박한 상차림이되 춤과 노래를 고명으로 얹어 관객을 즐겁게 한다는 점에서는 '대중극'의 공식에도 충실하다.

생생한 캐릭터와 탄력 좋은 대사, 1인 다역의 연기변신, 관객 참여 등 소극장 연극의 매력도 만끽할 수 있다. 김동수 연출. 2월 1일까지 김동수플레이하우스.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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