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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장의 꿈 짓밟은 롯데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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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장의 꿈 짓밟은 롯데의 '꼼수'

입력
2009.01.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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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지난해 롯데는 우승 빼곤 다 했다. '만년 들러리'라는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세우며 '롯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최근 최향남의 미국 진출과 관련한 롯데의 대응은 한국프로야구 대표구단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최향남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롯데는 지난 16일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세인트루이스와 입단 합의 단계까지 갔던 최향남으로선 맥이 빠지는 일이다.

계약 직전이었던 세인트루이스와의 협상은 백지화되고, 메이저리그 전구단(30개)이 참가하는 입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적료도 발생한다. 불혹이 코앞인 데다 빅리그 경험도 없는 무명선수를 이적료까지 줘가며 데려갈 팀은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가 이처럼 최향남의 꿈에 재를 뿌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향후 국내 복귀시 보유권 때문이다. 포스팅 시스템에 의해 임의탈퇴 처리할 경우 보유권을 갖지만,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면 딴 팀으로 가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롯데는 애당초 최향남을 보내려는 마음이 없었다. 지난해 2승4패 9세이브 3홀드를 올린 최향남은 롯데 불펜의 기둥이기 때문. 포스팅 시스템은 최향남의 앞길을 가로막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2년 전 국내로 복귀하면서 전 소속팀인 KIA 대신 롯데와 계약한 전례를 두고 '최향남도 잘 한 게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롯데의 약속 불이행이다.

롯데는 2007년 최향남을 데려오면서 '해외진출을 원할 경우 조건 없이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구두도 아닌 서면 합의였다. '설마'하고 요구를 들어줬다가 막상 국내에서 성적을 내니 '남 주기 아까운' 상황이다.

최향남은 지난 시즌 직후 미국으로 날아가 입단 구단을 물색해왔다. 그동안 꾸준히 최향남과 연락을 취해왔던 롯데는 적어도 한 번쯤 미국 진출과 관련한 구단의 입장을 전달했어야 했다.

당장 입단을 앞둔 시점에서 꼼수를 내미는 건 몽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포스팅 시스템도 해외 진출 허용 아니냐'는 롯데의 항변은 2년 전 약속 앞에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양준호 기자 pires@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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