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전문가. <삼국유사를 걷는 즐거움> (한겨레출판 발행)의 저자 이재호씨가 밝힌 자신의 직함이다. 이씨는 본래 미술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 다닌 문화유산에서 깊은 울림을 받아" 길을 틀었다. 한국문화유산회 초대 총무로 일했던 1980년대 말부터 전국의 유적을 밟으며 거기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1994년 경주에 수오재(守吾齋)라는 집을 짓고 뿌리를 내린 뒤로도, 우리 문화유산을 보살피는 그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삼국유사를>
"삼국유사는 수백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여전히 감동을 주는 텍스트입니다. 다분히 설화적인 내용도 있지만,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텍스트의 배경이 되는 유적이 아직도 구석구석 보존돼 있다는 사실이죠."
이 책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1206~1289)이 태어난 지 800년 되던 2006년, 이씨가 한 지방신문에 연재를 시작한 글을 묶은 것이다. "사람의 진면목은 관 뚜껑을 덮을 때 보이는 법"이라는 이씨는 일연이 입적한 경북 군위군의 인각사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연이 출가한 강원 양양군 진전사까지 삼국유사의 공간을 거슬러 오른다. 이씨의 표현대로 '깊고 그윽한', '쪼글쪼글한 어머니 젖가슴' 같은 언어로 그려지는 삼국유사의 풍경은 아름답고, 처연하고, 가슴 아리다.
"지금 너도 나도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온 강산이 몽고의 말발굽 아래 신음하던 일연의 시대만큼 참담하겠습니까. 그 시절 사람을 사랑해 자신의 몸을 바치는 호랑이 처녀의 이야기, 얼어 죽어가는 거지를 위해 법복을 벗어주는 스님의 이야기를 기록한 일연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삼국유사의 이야기맛을 오롯이 살리기 위해, 이씨는 험한 길을 더듬고 계절을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공덕이 더해진 삼국유사의 풍경은 더 이상 늘 보던 산하가 아니다. 그 풍경이 급속히 망가지는 것을 목격하는 이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도시나 시골이나 다 파헤치느라 난리인데, 땅뿐 아니라 사람 마음까지 척박하게 만드는 짓이에요. 역사와 문화가 깃든 땅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텐데…."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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