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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국회폭력방지 특별법 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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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국회폭력방지 특별법 반대… "

입력
2009.01.1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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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연말ㆍ연초 국회 폭력 사태의 원인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아직도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잘못했다고 보십니까.

“경중을 가리기 어렵지요. 민주당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려는 징후가 있었다 해도 한나라당이 외통위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상정을 적법하게 했어야 합니다. 차라리 외통위 회의를 연기했어야지요. 물론 민주당이 외통위 문을 부수고 소란을 피운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나쁜가를 따지기보다 그런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게 시급합니다.”

_1999년 한나라당 총재 시절 안기부 비밀사무실이라는 이유로 국회 529호실 문을 뜯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마침내 그걸 물어보시는군요.(웃음) 아주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여당의 회의 진행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안기부가 국회에 분실을 설치해 정치사찰을 한다는 제보가 있어서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부여당이 자료를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무실 문을 막았다가 연말에 문을 뜯고 문건을 확보했지요. 문을 뜯은 것 자체는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_국회 폭력 사태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유리한 쪽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국회 폭력방지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입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도 탓을 하면서 법, 제도를 고치자고 하는 것은 고질병입니다. 한나라당은 분노하는 국민 감정에 영합하려 하고 있지만, 국회 폭력을 전제로 법을 만드는 것은 나라 망신입니다. 현행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됩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없애자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습니다. 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은 거의 모든 나라 입법부에 있습니다.”

_바람직한 제도개선 방안을 말씀해주시지요.

“국회법과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을 손질하면 됩니다. 우선 국회의장이 퇴임 이후 5년간은 당적을 가질 수 없게 해야 합니다. 공정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직권상정에 앞서 법안 심사기간을 최소 72시간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의원이 폭력 행위로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해야 합니다. 또 폭력 행위로 처벌된 의원 1명 당 정당 국고보조금 10% 씩을 삭감해 정당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의 본회의 발언시간을 현행 15분에서 1시간 정도로 늘려 필리버스터(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국회 윤리특위 회의를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꾸고 국회 폭력 사태가 나면 의장이 의무적으로 형사고발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_여야의 쟁점법안 처리 합의문 중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합의 처리’는 말이 안되지요.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법안을 처리하면 되지 합의나 협의 처리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합의처리 노력’이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라도 일단 협상을 끝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쓴 것이지만, 매우 부적절합니다. 당장 한나라당은 ‘노력’에, 민주당은 ‘합의’를 강조하니 다시 논란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앞으로 한나라당은 걸핏하면 강행처리 하겠다고 하면 안됩니다. 밤샘을 하더라도 상임위에서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해야 합니다. 민주당도 합의 처리를 내세우며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면 안됩니다.”

_방송법 등 미디어법과 출총제 폐지ㆍ금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법안,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세계적 흐름은 신문이나 대기업의 방송 겸영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론의 독과점을 막을 장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의 방송법안에 반대합니다. 이 부분을 수정한다면 찬성합니다.

출총제 폐지는 이론이 별로 없을 겁니다. 금산분리 완화는 유예해야 합니다. 은행의 대기업 사금고화, 은행고객 정보의 대기업 유출 등 폐단을 차단하기엔 현 은행감독시스템이 부족합니다. 한나라당과 재계는 금산분리 완화가 세계적 추세라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사이버모욕죄 도입은 반대합니다. 인터넷 공간의 모욕이나 허위사실 유포는 형법과 통신비밀보호법에도 처벌 규정이 있습니다. 현행 법을 보다 엄정하게 집행하는 게 맞습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 때 집권세력에 대한 비방이 심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법을 만드느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_같은 맥락에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 수사가 큰 논란이 되고 있습求?

“미네르바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법치주의 관점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검찰은 후자를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거짓말을 할 자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했다고 바로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벌성이 있는지를 따져 봐야 합니다. 나치 독일이나 독재국가에서처럼 국민을 법으로 옥죄고 법을 위반하면 무조건 처벌하는 식의 ‘형식적 법치주의’는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실질적 법치주의’의 시대입니다. 행위의 의도와 내용을 입법 취지와 맞추어 본 뒤 사회정의 관념에 따라 처벌해야 합니다.

미네르바의 논평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경제상황을 혼란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진단과 예측을 하려는 것이었는지를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전자라면 처벌 대상이겠지만 후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편협합니다.”

_한상률 전 국세청장 의혹사건 등으로 국세청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역대 국세청장들이 연이어 부정비리에 연루돼 사퇴하고 사법처리 됨으로써 국민 자존심이 매우 상했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세정 주무기관은 가장 청렴하고 공정해 최고의 권위를 인정 받습니다. 국세청은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_바람직한 개각 방향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이명박 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총리를 비롯해 전면 개각을 해서 면모를 일신해야 합니다.”

_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1년입니다. 어떤 점이 부족했다는 것은 여러 논평이 나와 있으니 되풀이 하진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겁니다. 대오일성을 해서 국민의 눈에 맞춘 국정운영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 대통령은 앞에서 끌어가는 리더십입니다. 과거 개발시대엔 필요했겠지만 10년의 좌파정권 이후 들어선 이 정권은 그런 리더십보다 설득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합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끊임없이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의원들을 설득하느라 ‘대통령은 통화 중’(Presient is on the phone all the way)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대통령이 국회나 사법부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잘못됐습니다.”

_이념과 노선이 비슷한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이 언젠가 보수대연합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보수의 모자를 썼다고 다 모일 수 있나요.(웃음) 가치에 대해 공감이 이루어진다면 연합할 수도 있겠지만 정략적 연합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선 선진당과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릅니다. 선진당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자유와 양심의 가치, 신뢰와 법치의 확립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가려 합니다.”

_북한이 17일 전면 대결을 선언하고 강력한 군사대응 조치를 경고했는데 여전히 대북기조에 변함이 없으신지요.

“어떤 정책의 성과는 10년 정도면 판단할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에 개혁 개방이라고 할 만한 단 한 구석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전쟁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은 경제교류의 확산일 뿐이지, 북한의 개혁 개방과는 다릅니다. 이제는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을 바꿀 때입니다. 햇볕정책을 실패로 본다면, 대북관계의 단추를 다시 끼워야 합니다. 그러면 북한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견뎌내야 합니다. 정권 초 북한이 압박하는 것은 상투적 수법이지요. 지금까진 그 수법에 항상 넘어갔지만, 이명박 정권은 확고한 원칙을 천명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남북경색이 올 수 있지만 참아야 하며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

_201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올해 우리나라는 최대의 시련을 맞이할 것이며 정치개혁도 이루어야 합니다. 선진당이 어떤 역할을 하고 신보수주의 정치세력을 어떻게 확실히 자리잡게 하느냐는 고민으로 머리 속이 꽉 차 있습니다. 그런 것이 지금으로선 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 언론의 소수당 홀대 꼬집기도 "한나라·민주당 흑백논리만 보도"

서울 여의도 자유선진당 당사의 이회창 총재실엔 그 흔한 소파도 하나 없었다. 이 총재는 1시간이 넘도록 딱딱한 의자에 꼿꼿이 앉아 질문에 답했다. 비서실 직원은 "주말엔 건물 전체 난방이 안돼 워낙 춥다"며 이 총재 옆에 작은 전기 난로를 켜 뒀다.

이 총재는 그런 지금의 처지를 오히려 농담 소재로 삼았다. 그는 "당사도 작은데 건강하기라도 해야지 않겠느냐"며 허허 웃었다.

이 총재는 소수당으로서 느끼는 불만도 털어 놓았다. 그는 국회 폭력 사태와 관련, "언론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흑백논리만 보도하고, 양당의 입장을 충분히 담은 선진당안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면서 "정치 개혁에 대한 여론을 뒷받침해야 할 언론이 양당에 치중해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리=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사진=최종욱기자 ju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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