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을 때,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환호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TV 화면에 비쳤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에 대한 환영 일색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거는 큰 기대에서 기인했지만, 동시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대외정책이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신보수주의에 기반을 둔 일방적 대외정책 즉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제국의 건설을 꿈꿨다. 그러나 그의 재임 8년 동안 미국은 제국이 되기는커녕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상실했고 세계평화에 많은 해를 끼쳤다.
그의 대외정책 중 가장 큰 실수는 이라크 전쟁이다. 그는 후세인의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개발 및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며 전쟁을 일으켰지만 전쟁 후 어느 하나도 증명하지 못했다. 그는 또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에 전쟁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신뢰 하락을 자초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라크 전쟁을 개시함으로써 유엔의 위상과 역할을 손상했고 자국산업 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해 지구를 보호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러시아와 핵무기 경쟁을 하고 이란, 북한과 같은 비핵 국가가 핵무기를 필사적으로 개발하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핵무기의 대재앙에 노출되게 했다.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중동 국가에 대해 마음 놓고 강경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으며 이슬람 테러 집단이 준동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런 일방주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지도력을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뜨렸다.
미국은 세계 정치를 좌우한다. 좋든 싫든 이것이 세계정치가 작동하는 원리다. 따라서 미국이 자신의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일방적으로 추구한다면 세계 평화와 공영이 유지될 수 없다. 이것이 미국의 힘의 역설이다.
조지프 나이 교수가 언급했듯 미국이 세계를 이끌 수 있는 진정한 힘은 민주주의 이념, 시장경제 제도, 문화, 포용적인 지도력 등 연성국력(soft power)일지 모른다.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부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미국이 상실한 연성국력을 회복, 세계정치를 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박한규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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