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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절망을 녹이고… 희망의 쇳물 활활 솟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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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절망을 녹이고… 희망의 쇳물 활활 솟구쳐라

입력
2009.01.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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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해인 기축년(己丑年)을 맞는 기업인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돼 있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불황을 경험한 2008년보다 새해가 더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인 탓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황 속에서 희망을 쏘아올리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둡지 만은 않은 이유다.

특히 모든 산업의 기초 재료인 쇠를 생산하는 철강업계는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소처럼 불황 타개를 위해 심혈을 쏟고 있다.

"전세계 경기가 한꺼번에 주저앉으니까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위기는 '위기와 기회'를 합친 말이지 않습니까." 포스코에서 20년간 현장을 누빈 광양제철소 제강부 임종대 공장장은 긴 세월의 흐름을 통달한 듯, 다가올 희망을 먼저 얘기한다. 365일 식지 않는 용광로처럼 기다리면 기회가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회사 설립(1968년) 이후 처음으로 2008년 말 감산에 돌입했다. 자동차 판매 급감 등으로 재고가 많이 쌓이면서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앞서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 미탈이 미주ㆍ유럽 공장 생산량을 15% 줄이고, 중국 철강업체들이 앞 다퉈 합병에 나서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셈이다.

포스코는 불황 여파에도 불구, 새해 국내 투자규모를 사상 최대인 6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지난해(3조6,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기가 저점에 있을 때 미래에 대비하라는 교과서적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여러 번 위기를 경험했지만, 끊임 없는 혁신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철강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구택 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주문하는 이유도 이런 위기극복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현대제철 또한 고 정주영 회장의 숙원사업이자,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신(新)성장동력인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간 규모로는 최대인 2조5,000억원을 새해 투자할 계획. 정몽구 회장은 요즘 일주일에 한두 차례 당진공장을 방문, 직접 차량을 운전해 구석구석을 누비며 진행상황을 챙기고 있다. 이 제철소가 2010년 말 가동을 시작하면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직접 쇳물을 뽑아내 자동차 강판 등 고급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부상할 전망이다.

동국제강도 미래 성장 분야로 추진해온 쌍용건설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기존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장세주 회장은 "어렵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투자를 고민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 방안을 마련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그간 투자를 통한 위기 극복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특히 새해 신년사에서는 '큰 과일은 씨앗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먹지 않는다'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을 화두로 제시하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부제철은 김준기 회장의 역점 사업인 전기로(電氣爐) 제철공장 완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때 자금압박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임직원들의 임금삭감과 원가절감 등 고통 분담 덕분에 예정대로 새해 7월 준공식을 갖는다. 동부제철 측은 "이번 전기로 건설은 냉연강판업체가 원료(열연강판)를 스스로 조달하는 획기적인 사업으로, 세계 철강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기축년이 동부제철 새 출발의 원년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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