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량항은 강진의 유일한 항구다. 그래서인지 강진 사람들의 마량 사랑은 각별하다. '한국의 나폴리'를 들먹이며 미항(美港)임을 자부한다. 최근 이 마량이 더욱 번창하고 있다.
2007년 여름 바로 앞 완도군 고금도를 잇는 고금대교가 연결된 덕분이다. 다도해 청정 바다를 끼고있는 고금도 약산도가 바로 마량과 이어지며, 이 섬들의 관문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이다.
마량에서 싱싱한 횟감이나 뜨끈한 매생이국으로 배를 불렸으면 고금도와 약산도로 섬 드라이브를 떠나보자.
고금도는 남해안의 많은 섬들처럼 충무공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명량해전에서 승리한 충무공이 이듬해(1598) 수군 8,000명과 주민들을 데리고 이 고금도에 수군진을 구축했다.
강진만 어귀의 고금도는 서쪽으로는 완도 청해진에 가깝고 북쪽으로는 장흥과 강진의 뭍과도 가깝다. 섬 주변엔 작은 섬들이 수없이 포개져 있고, 먼 바다에선 안쪽이 들여다 보이지 않아 진영을 치기엔 천혜의 자리다.
고금도 덕동에는 '충무리'라는 마을과 이순신을 모신 사당 '충무사'가 있다. 사당이 있는 자리는 노량해전에서 유탄에 맞고 전사한 충무공을 아산 선영으로 모시기 전까지 80일간 안장했던 곳이다.
고금도와 연도교로 연결된 약산도는 산에 약재가 많다고 이름 붙여진 섬이다. 이 섬에서 유명한 건 방목하는 흑염소다. 사계절 가파른 산을 뛰어다니며 사람도 먹기 귀한 천연 약초를 뜯어 먹고 사는 흑염소다. 섬에 흑염소를 방목한 것은 약산도가 국내 최초라고 한다.
약산도의 주산은 해발 399m의 삼문산이다. 주능선의 봉우리들이 멋진 조망을 자랑한다. 약산면사무소 못 미쳐 우회전, 득암리를 지나면 삼문산 정상인 망봉 인근까지 오르는 길을 만난다. 진달래공원을 지나 차로 오를 수 있는 길 끝에 차를 주차했다. 이정표는 망산까지 1km라고 가리킨다. 큰 힘 들이지 않고 다녀올 거리다.
남도의 섬이라서인지 다른 곳이었으면 이미 다 졌을 억새꽃이 남아 여전히 나풀거리고 있다. 헬기장을 지나면서 길은 가파르다. 등에 땀이 솟고 목의 머플러가 갑갑해질 무렵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망봉 정상은 봉수대가 있던 곳으로, 지금도 가지런히 쌓인 돌들이 그 흔적으로 남아 있다.
사방으로 다도해의 진수가 펼쳐졌다. 작고 큰 섬들이 섬을 빼곡하게 둘렀다. 서쪽으로는 고금도와 신지도, 완도, 해남으로 이어진 산세가 아름답고, 동쪽 멀리 보이는 생일도와 금일도, 금당도로 연결되는 섬들의 무리도 정겹다.
삼문산 등 약산도의 산에는 돌이 많다. 멀리서 보면 곳곳이 바위들이 굴러 내려와 쌓인 너덜지대다. 이 돌 조각들이 산비둘기처럼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서 '꾸뜰바리'라 부른다.
섬의 동쪽 끄트머리에는 당목항이 있다. 고흥군과 금일도를 연결하는 포구다. 지금은 다리로 마량과 이어졌지만 여전히 생일도 금일도를 잇는 배가 이곳에서 출항한다.
당목항에서 우측 섬 모퉁이를 돌아가면 가사해수욕장이 나온다. 약산도에서 하나 뿐인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곱고 경사가 완만하다. 100년이 넘은 동백숲이 백사장과 조화를 이룬 아담한 백사장이다. 가사해수욕장과 당목항 중간 지점의 바닷가 산자락은 약산 최고의 동백 군락지다. 벌써 빨간 동백이 한두 송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약산면사무소 소재지의 농협하나로마트 뒤편의 고향회관(061-553-9374)이 약산 흑염소 요리로 알아준다. 흑염소탕은 8,000원, 수육 1인분에 1만원이다.
고금·약산도(완도)=글·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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