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족, 고객여러분! 여기는 못골시장 방송 '못골 온에어'입니다."
경기 수원시 지동에 있는 식재료 전문 전통시장인 못골시장상인회가 문화관광부 전통시장활성화대책의 하나로 시장 안에 방송부스를 설치하고 최근 '못골 온에어'라는 이름으로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시장 내를 스피커로 연결해 들려주는 방송인데다가 그나마 월, 목요일 각 30분씩에 불과한 분량이지만 초보인 이들에게 미치는 부담은 만만찮다.
완도상회 이충환(36), 쉼터분식집 김승일(32), 신 지동순대 김덕원(41)씨 등 못골방송 DJ 3인방은 요즘 방송에서 들려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느라 눈코 뜰새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시장상인회 총무이자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충환씨는 평소 깔끔한 양복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쓴 사무원 모습으로 유명하다. 10여년 전 고객에게 깨끗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는 그는 "고객들에게 좋은 시장이 되려면 먼저 상인들간 불협화음이 나지 않고 소통이 잘 돼야 한다"며 "우리 방송이 시장의 양념이 되도록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4대째 때 못골에서 살아 못골지기를 자처하는 김승일씨는 시장골목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전해줄 예정이다.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4년 전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김덕원씨는 '김나는 솥두껑'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정겹고 포근한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작정이다.
그는 "옛날 친구들과 시장 상인들이 떠나도 못골시장의 전통은 아직 살아 있다"며 "관광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못골시장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조만간 4㎡크기의 사무실에 500여만원 상당의 방송시설을 들여놓고 대본작성, 프로그램진행, 기기조작 등 1인3역을 해가며 본격 방송에 나설 계획이다. 생방송이 없는 날은 녹화된 방송을 내보내거나 음악을 틀어줄 생각이다.
못골시장에서는 이밖에 87개 점포마다 얽힌 이야기를 책과 영상으로 만드는 '이야기상점 87', 전국의 제철 특산물을 선보이는 '시끌벅적 난장', 어린이 문화ㆍ경제교육 프로그램 '와글와글학교' 등의 사업이 막바지 손질작업 중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런 변화와 노력이 최근 불어닥친 경기한파 속에서도 재래시장을 살리는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790년대 중반 정조대왕이 화성을 축조할 당시 성밖시장의 일부로 형성된 못골시장은 1970년대 이후 식자재와 음식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특화돼 87개 점포가 전통시장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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