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萬人)의 만인에 대한 싸움'
여권의 한 관계자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터진 한상률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등 각종 사건과 물밑 움직임을 이렇게 비유했다.
현직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도전자들은 낙점받기 위해, 세력들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대를 겨냥한 각종 음해와 비난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청와대나 고위층에 특정인사의 비위의혹이나 약점들이 담긴 투서나 첩보가 쏟아지고 있다. 한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과 포항지역 유력인사 접촉, 감사원의 박병원 경제수석 내사사실 등이 외부에 알려진 것도 상당부분 이런 난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와대 내부의 파워게임과 여당 내 세력다툼이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청와대 내에서는 개각과 참모진 개편을 조기에 대폭적으로 하자는 주장과 설 이후 소폭으로 하자는 논리가 맞서 있다. 소폭개편론은 주로 한나라당 출신이 아닌 이른바 전문가그룹들이다.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개편을 하면 별 효과가 없으며, 대폭 교체는 안정성을 해쳐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인사에 관한한 장고(長考)형인 이 대통령도 아직은 이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다.
그러나 대폭개편론자들은 한 청장 사건, 박 수석 내사 등으로 여권 전체가 어수선한 지금 면모를 일신하는 모습을 국민에 보여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한나라당 출신들로 정권의 핵심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보면, 소폭론자들은 변화가 적은 편이 지금의 우세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고, 대폭론자들은 큰 폭의 개편이 있어야 여당 인사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입성시키면서 열세구도를 만회하고 할 수 있다.
청와대 밖의 상황은 대략 대구ㆍ경북(TK) 세력과 비(非) TK세력 간 힘겨루기로 투영되고 있다. 특히 어청수 경찰청장의 퇴진 여부는 경찰 내 TK세력의 약진과 직결돼 있다. 한 청장의 사건들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개편폭과 시기, 특히 입각 대상자들을 놓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중심의 TK세력과 이재오 전 의원 등 비TK 간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적 개편과 관련한 투서와 매터도가 이미 적정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청와대는 정말 신빙성있는 것 외에는 일단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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