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말 투기지역 해제 소문으로 급매물이 줄더니 올해 제2 롯데월드 추진 이후 거래가 터지기 시작했어요. 강남 분위기가 한달 전과 사뭇 달라졌습니다."(잠실 A공인 중개사)
#2 "지난 4개월간 단 한 채도 못 팔았는데 이 달 들어 강남 미분양은 제법 문의가 들어옵니다. 꽁꽁 얼었던 분위기가 강남에선 조금 풀리는 거 같네요."(B건설사 마케팅 임원)
연초부터 강남 아파트 시장에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소위 강남 3구 재건축을 중심으로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집주인들이 저가 급급매물을 긴급 회수하고, 급매물은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C공인중개사. 인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묻는 문의와 내놓은 집을 회수하거나 가격을 높이는 매도자의 전화로 실내는 무척 어수선했다. 재건축인 잠실 5단지 112㎡(34평)형의 가격을 물으니 주인은 대뜸 "불과 한달 전만 해도 8억~8억5,000만원 하던 게 한 달새 10억5,000만~10억9,000만원으로 호가가 2억원이나 올랐다"고 귀띔했다.
이 중개사는 "지난 주말 10억2,000만원에 112㎡형 한 건 거래를 성사시켰다"며 "제2 롯데월드, 투기지역 해체 등 호재가 많아 지금이라도 사면 더 오를 것"이라고 권했다.
송파구 문정동의 올림픽훼밀리 105㎡(32평)형도 지난달 초만해도 급매물이 5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으나 지금은 6억5,000만~7억원으로 한달 여 사이 호가가 1억~1억5,000만원이 급등했다. 인근 D공인 중개사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급매물이 소진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작년에 폭락하기 이전의 가격대를 거의 회복했다"며 "요즘 급매물은 나오기 무섭게 팔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해 들어 강남 재건축이 들썩이는 것은 현정부의 '무장 해제식' 규제 완화와 고점대비 20% 정도 낮은 가격 등 각종 호재가 한꺼번에 몰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안전진단 완화 ▦용적률을 상향 조정 ▦조합원 전매 허용 ▦사업기간 단축 등의 조치를 취해 재건축의 사업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최근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제2 롯데월드 추진, 여기에 금리 하락까지 뒷받침 되면서 강남 재건축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팀장은 "지난 한달 동안 강남 집값 평균은 1.54% 내려갔지만 재건축만 유일하게 0.48% 올랐다"며 "재건축이 고점 대비 과도하게 낙폭이 컸다는 메리트와 호재가 부각되면서 가격이 작년 수준으로 빠르게 원상복귀 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강남의 아파트 대량 입주 물량이 최근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6개월 넘게 빈사상태에 있었던 미분양 아파트에도 조금씩 매기가 붙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강남에서도 송파ㆍ강남구 일부, 그것도 재건축에 아직은 국한돼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강남에는 저가 매수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데 그 수요가 움직인 것"이라며 "불안한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급등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않다"고 규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설 연휴가 강남 집값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설 연휴 이후 재건축 강세가 일반 아파트까지 이어질 경우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다. 함 실장은 "최근 마곡지구 위례신도시 경인운하 등의 사업 추진으로 수조원의 보상금이 시중에 풀리고 증권사 MMF에도 100조원대의 유동자금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시장에 잘못된 사인을 줄 정책은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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