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백악관에는 올빼미족이 모여 살게 될 것 같다. 스태프들이 주중 새벽까지 사무실 불을 밝히는 것은 물론, 주말도 백악관에서 보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다.
오바마 측은 취임 후 최소 몇 개월 간은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할 스태프들의 가정생활을 고려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야근에 들어가기 전 가족을 백악관으로 불러 저녁을 같이 한다든가, 다시 돌아와 밤 늦게까지 일을 끝낸다는 조건으로 스태프를 잠시 집으로 보내 저녁을 먹도록 하는 방법 등이다. 스태프의 자녀들이 자유롭게 백악관을 드나들며 내부를 본다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바마 정권인수팀의 젠 프사키 대변인은 "오바마는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기 때문에 백악관을 공개된 장소로 만들어 스태프 가족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오바마 자신이 일벌레다. 밤 11시에 참모진과 전화회의를 하고, 집필 등으로 밤 12시를 넘기는 것이 예사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며칠 계속 새벽 2시까지 연설 연습에 몰두했다.
오바마의 '올빼미 백악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스타일과는 정반대이고, 그 전임인 빌 클린턴 스타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4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얼리 버드(early bird)'로 유명하다. 새벽에 집무실에 도착해 오후 6시면 일을 끝낸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웬만하면 밤 10시를 넘기지 않는다. 부시가 백악관을 벗어나 저녁 외식을 하는 경우는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다.
딕 체니 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던 메리 머탤린은 "부시는 밤 늦게 있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는 얼굴을 찌푸린다"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업무는 시험을 앞둔 학생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과 같았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앨 고어 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마이클 펠드만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24시간 내내 일하는 생활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클린턴이 밤 10시까지 집무실에 있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그 전에 퇴근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사단의 일원으로 부시 대통령의 정치고문을 맡았던 카렌 휴즈는 오바마의 백악관에 대해 "12시간, 14시간 일하게 하는 것은 사람을 녹초로 만들 뿐 효율적이지 않다"며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낮밤을 조를 짜 일하는 것을 생각할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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