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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미네르바 부엉이는 황혼에 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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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미네르바 부엉이는 황혼에 난다는데…

입력
2009.01.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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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일 년 동안 미디어 비평을 써 온 필자가 마지막 글을 준비하면서, 또 현재 언론법이나 미네르바 사건을 둘러싼 상황을 생각해 보면서 떠올린 단어가 '원칙'과 '기회'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듯이 원칙이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 논리적으로는 여러 명제가 도출되는 기본 논제를 의미한다.

기회란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라는 뜻이다. 분명히 국내의 미디어 현실은 기회다. 특히 문화콘텐츠 사업이 주요 성장산업으로 여겨지고 있고, 글로벌 미디어사회의 흐름 속에서 거대 미디어그룹들이 콘텐츠 시장을 재편,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IPTV, 모바일TV 등 뉴미디어의 도입은 수 년 간 정체되어 온 국내 방송영상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에 새로운 자본이나 사업자들이 참여하여 국내 방송산업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다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상황 속에는 방송통신을 포함한 언론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 영역이 아닌 지상파 방송은 아무리 방송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 매체가 지켜야 하는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언론이 정치 권력과 자본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말 그대로 일관성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기본 철학이고 규칙인 것이다. 최근 신문방송 겸영을 포함한 언론법의 통과가 뜻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어느 신문사는 이제 현 대통령도, 현 정권의 여당 지도자들도, 야당도, 모든 정치인들이 마음에 안 드니 '판 새로 갈자'라는 억지에 짜증마저 부리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어떻게 미래를 못 보고 과거에 발목 잡혀있다면서 원칙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인가.

미네르바 사건도 마찬가지다. 어떤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이 사건에 호들갑을 떠는 정치권이나 검찰의 행태를 보면 그동안 정치인, 정부가 앞다투어 개설하고 이용했던 수많은 공공 사이트나 정치인들의 개인 블로그가 표현 자유의 구현이나 활발한 의사소통의 장이기는커녕 그저 자신들의 입장만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했던, 자기 사이트에 물 대기(아전인수)에 불과한 것이었던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대원칙을 두고 단순히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라고 얼버무릴 차원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기대할 수 있었던, 다시 말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개진과 열린 토론을 통해서만 기대할 수 있었던,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해야 하는 공간이 오히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위험요소이자 위협이 된 형국인 것이다. 헤겔은 '법철학'의 서문에서'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비로소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라고 쓰고 있다.

역사의 어떠한 시기든 그 시대가 정점에 도달한 후 종말을 고하면서 추락할 때, 그 시대에 대한 철학이, 반성이 시작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논쟁을 거듭하고 합의를 보기 힘든 방송법이나 미네르바 사건이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원칙을 확인하고 언론 철학을 정립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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