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스캔들'은 한상률 국세청장 개인을 넘어 국세청 조직의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이 차리리 단순뇌물 같은 성격이었다면 청장 개인이 책임을 지는 선에서 해결 가능한 상황.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인사잡음에 ▦외부권력이 동원되고 ▦여기에 공직자 부인들까지 가세하는 등 '드러낼 수 있는 치부란 치부'는 모조리 노출시키고 있어 국세청 자체에 회복되기 힘든 상처를 주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국세청의 기강과 결속력이 강하게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조직과 개인이 서로를 보호하고 보호해줘 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우선 인사문제. 이번 사건엔 2개의 서로 다른 인사갈등이 개입되어 있다. 하나는 2007년 전군표 전 국세청장측에 당시 한상률 차장측이 그림을 주면서 경쟁관계에 있던 K지방국세청장을 배제해달라고 청탁했다는 부분. 물론 한 청장은 이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두번째는 한 청장 취임이후 인사 불이익을 당한 A국장이 이번 사건에 간여했다는 부분. 공교롭게도 A국장은 옷을 벗은 K지방청장의 후배이자, 그 부인은 전군표 전 청장부인이 그림처분을 맡긴 갤러리 대표여서 의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다음은 권력개입.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한 청장을 제거하려는 여권 일부세력에 의해 이번 사건이 주도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MB정부 출범이후 한 청장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는데, 이 과정에서 국세청 내부 및 여권내 '반(反)한상률 세력'의 견제와 투서가 계속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인사와 권력갈등이 맞물린 '암투성' 스캔들이라는게 대체적 평가다. 부인들의 개입은 사건 자체를 좀더 '흙탕물'로 만들었을 뿐,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세청은 치부 그 자체 보다도 '치부가 세상에 드러나는 과정'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사불만이나 권력 줄대기 현상은 예전에도 없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노출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언제나 내부적으로 무마되고 조용하게 처리해왔던 국세청 특유의 정서와 관행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국세청 내부는 물론 여권에서도 한 청장에 대한 '동정론'은 적지 않다. 출신(참여정부임명)의 한계에도 불구, 한 청장의 세정개혁성과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 정부관계자는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국세행정마인드를 바꾼 예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청장은 현재 '낙마'수순으로 가고 있다. 이 경우 국세청으로선 이주성(구속)-전군표(구속)에 이어 청장 3명이 연쇄 중도 하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자연스럽게 '내부출신은 더 이상 안 된다' '외부인사를 영입해 대수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 내부에서도 "오랜 폐쇄적 문화가 결국은 이런 재앙을 낳게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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