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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표준 '금강경'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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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첫 표준 '금강경' 나온다

입력
2009.01.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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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이 유명한 경구는 불교 경전 중 한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 '금강반야바라밀경', 즉 '금강경'에 나오는 귀절이다.

일자무식의 나무꾼으로 살았던 육조 혜능 대사가 이 귀절을 듣고 홀연히 깨쳤다고 알려져 있다. 선가(禪家)에서 수행자들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말할 때 가장 널리 인용하는 대목이다. 한문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금강경은 한국불교 장자 종단인 조계종의 소의경전(所依經典), 불자들이 가장 즐겨 독송하는 경전이다. 조계종 불학연구소(소장 현종 스님)가 2년여의 작업 끝에 <조계종 표준 금강반야바라밀경> (이하 '표준 금강경') 편찬을 마무리하고, 20일 오후 3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정법회를 갖는다.

표준 금강경은 한문본과 한글본을 함께 편집한 독송본, 자세한 주석이 포함된 주석본이 별도로 출간되며, 편찬작업에서 있었던 학술세미나 등의 자료를 묶은 관련 자료집도 함께 발간된다.

부처 열반 후 500여 년이 지나 인도에서 편찬된 대승경전인 금강경은 402년 중국에서 서역 출신 승려 구마라집에 의해 처음 한문으로 번역된 이후 6종의 한문본이 나왔다.

한글본은 조선 세종 때 훈민정음 제정 직후 '언해본 금강경'이 간행됐으며, 1924년 용성 스님에 의해 한글로 다시 번역된 후 지금까지 100여 종이 유통되어 왔다. 그러나 한글본들은 모두 스님이나 학자 등이 개인적으로 번역, 책에 따라 풀이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표준 금강경은 종단 차원에서 처음 번역한 것으로 "가장 정확하고, 일반 대중이 알기 쉽고, 독송하기 쉽도록" 번역했다고 현종 스님은 설명했다.

조계종은 연관(전 화엄학림 학장), 각묵(화엄학림 강사), 무애(송광사 강원 강사) 스님과 송찬우(승가대), 김호성 김호귀(동국대) 교수 등 금강경과 범어(梵語), 한문, 교리에 밝은 전문가들로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공청회, 학술세미나를 거치는 등 힘을 기울였다.

한문본은 해인사 고려대장경 판본을 저본으로 해 다른 목판본들과 대조, 교감작업을 벌여 8군데의 자구를 수정해 만들었다. 한글본은 한역본뿐 아니라 범어본까지 비교해 불자들이 알기 쉽게 풀이했다.

금강경에서는 깨달음을 얻으려면 아상(我相)ㆍ인상(人相)ㆍ중생상(衆生相)ㆍ수자상(壽者相)을 극복하라고 설한다.

이 대목은 별다른 번역 없이 한문 발음대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표준 한글본은 아상을 '자아가 있다는 관념'이라고 번역했고, 인상 중생상 수자상을 각각 '개아(個我)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으로 번역했다. 상(相)을 '관념'으로 풀이한 것이다.

또 '응무소주이생기심'은 '마땅히 집착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로 옮겼다. '주(住)'자를 '머무르다'로 풀이하는 것이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집착'으로 번역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강경은 '영원 불변의 내가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선(禪)의 경지를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낸 경전으로 꼽힌다. 조계종은 표준 금강경 발간을 계기로 간화선 이해의 토대가 넓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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