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찬 바람 앞에서도 올해 국내 양대 발레단은 몸을 움츠리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공연 횟수를 더 늘리고 대규모 신작을 내놓는 적극적 전략을 택했다.
국립발레단은 10년 만에 창작 전막 발레를 만들어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공연 횟수를 지난해 76회보다 크게 늘린 108회로 잡고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라고 공연을 줄이면 더 위축될 것"이라며 "지난해 평균 유료 판매율 80%를 달성한 자신감으로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정기공연으로 창작 발레 '왕자 호동'을 비롯해 5편을 올린다. 11월에 선보일 '왕자 호동'은 국립발레단이 1998년 '바리'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창작 전막 발레다.
문병남 안무, 국수호 대본, 조석연 작곡의 이 작품은 한국적 발레의 대표작이 될 것을 겨냥하고 있다. 고구려 왕자 호동과 낙랑공주의 비극적 사랑이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외국 안무가의 명작으로는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신데렐라'(3월)와 보리스 에이프만의 '차이코프스키'(9월)를 내놓는다. 마이요의 '신데렐라'는 2005년 몬테카를로발레단이, 에이프만의 '차이코프스키'는 2001년 그의 발레단이 와서 공연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신데렐라'는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국립발레단이 두 번째로 택한 마이요의 작품이기도 하다. 국립발레단의 대표적 레퍼토리인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은 12월에 다시 볼 수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화려한 대작들로 올해 정기 공연을 채운다. 유쾌한 코믹 발레 '돈키호테'(3월)부터 출연자가 130명에 이르는 블록버스터급 낭만 발레 '라 바야데르'(4월), 이 단체가 2007년 초연했던 창작 발레 '춘향'(6월), 존 크랭코가 안무한 드라마틱 발레의 걸작 '오네긴'(9월), 연말 인기작 '호두까기 인형'(12월)까지 5편을 준비하고 있다. '춘향'은 '심청'(1986년 초연)과 더불어 이 발레단이 갖고 있는 대표적 창작 레퍼토리다.
그중 최고의 기대작은 '오네긴'이다. 2004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내한공연에서 강수진이 여주인공 타티아나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이다. 사랑을 비웃고 인생을 조롱하던 냉소적인 귀족 오네긴이 타티아나를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뼈아픈 회한에 빠지는 줄거리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음악을 따라 흐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연초에 티켓을 미리 사면 35% 할인해 주는 '2009 시즌 티켓'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관객 늘리기에 박차를 가한다. 시즌 티켓은 12일부터 2월 말까지 판매한다.
관객들은 좌석 공사가 예정된 연말 '호두까기 인형'을 뺀 정기 공연 4편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살 수 있다. 또 '오네긴'을 뺀 모든 공연의 B석 전체를 1만원에 내놔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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