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가지 빛깔의 플라스틱 주사위 27개로 이뤄진 정육면체의 각 면을 같은 빛깔로 맞추는 퍼즐 장난감 루빅큐브를 26년 걸려 마침내 푼 집념의 영국인이 화제를 낳고 있다.
올해 45세인 그레이엄 파커는 1983년 처음 산 루빅큐브에 빠져 자나깨나 이를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다가 마침내 해법을 찾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루빅큐브를 푼, 부끄럽지만 뿌듯한 기록을 세웠다.
UPI 통신과 데일리 텔레그래프 온라인판은 13일 잉글랜드 포체스터에 사는 파커가 루빅큐브의 퍼즐을 풀려고 무려 2만7,000여 시간을 들였다고 전했다. 파커는 "루빅큐브를 끝내 맞춘 데서 오는 해방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장난감은 지난 20여년 동안 나를 미치게 만들면서 온통 생활을 지배해 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집 안에 틀어 박혀 퍼즐 맞추느라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어떤 때는 해법을 찾아 내려고 밤을 지새운 나날도 많았다"고 말했다.
파커는 혼자 끙끙대는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한 친구들이 해법을 알려주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쉽게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풀겠다고 계속 다짐을 하곤 했다고 털어 놓았다.
마지막 육면체를 '딸깍'하고 돌려 제자리에 끼워 넣어 색깔을 모두 맞추게 됐을 때 그 기분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는 파커는 "오랜 시간 몰두하느라고 손목과 등에 문제가 생겼으나 이젠 모든 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게 됐다"고 감개무량했다.
파커의 아내 진(47)은 루빅큐브가 결혼생활에 긴장을 가져오면서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다며 "남편이 이미 퍼즐에 빠져 있는 사실을 알고 결혼했지만 지난 26년간 항상 둘 사이에 제3자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아쉬워 했다.
진은 때때로 루빅큐브를 파커의 손에서 빼앗아야 겠다는 마음도 들었으나 그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만뒀다며 이제 퍼즐을 완전히 풀어 오히려 고맙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루빅큐브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큐브협회(WCA)의 레이 호지킨 대표는 "파커의 집념어린 열정에 감명을 받았다"며 "본인에게는 루빅큐브가 불만 덩어리 자체였을 수도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퍼즐을 푸는 성취감을 맛본 것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헝가리의 건축가 에르노 루빅이 1974년 고안한 인기 두뇌개발 장난감인 큐브는 지금까지 전세계에 3억개 이상이 팔렸다. 루빅큐브의 조합은 43 quintillion(100만의 다섯제곱)에 이를 정도로 천문학적 다양성을 갖고 있으나 해법은 단 한 가지다. 최단시간에 푼 사람은 네덜란드의 에릭 아케르스디즉으로 불과 7.08초 만에 6개 색깔을 모두 맞췄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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