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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화가와 달항아리'전/ 회화·도자·사진 등 80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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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부터 '화가와 달항아리'전/ 회화·도자·사진 등 80여점

입력
2009.0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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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우윳빛 살결과 간결하면서도 기품있는 선, 그리고 모든 것을 품어낼 듯한 넉넉함.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다. 둥근 생김새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백자대호(白瓷大壺)라고도 불린다.

높이 40㎝가 넘는 이 커다란 항아리들은 모두 이음매가 보인다. 워낙 크기가 커서 위 아래를 따로 만든 뒤 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씩은 이지러져 있지만 오히려 거기서 자연미와 독특한 조형미가 나온다.

미술사학자 고 최순우는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에서 달항아리에 대해 "너무나 욕심이 없고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듯 하다"면서 "그 어리숭하게 둥근 맛을 어느 나라의 항아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데서 대견함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 잘생긴 달항아리들이 가득하다. 15일부터 열리는 '화가와 달항아리' 전에 도자는 물론 회화와 사진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 작가 16명의 달항아리 관련 작품 80여점이 나왔다.

달항아리를 사랑한 대표적인 화가는 김환기(1913~1974)다. "미에 대한 개안은 우리 항아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던 그는 수십 점의 달항아리를 수집한 컬렉터였으며, 1950~60년대 수많은 달항아리 그림을 남겼다.

푸른 바탕과 단순한 형태 속에 한국적인 멋이 담겨있다. 도상봉(1902~1977)의 정물화에서도 은은한 빛의 꽃들과 조화를 이룬 달항아리를 만날 수 있다. 도상봉은 특히 심하게 찌그러진 달항아리에서 오히려 현대적 미감을 발견하고, 아껴서 자주 그렸다.

전시장 2층에는 18세기 달항아리 두 점이 단단히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고풍스러운 반닫이 위에 도예가 박부원 박영숙 권대섭 신철 등이 만든 요즘 달항아리들이 올려져 있다. 모두 흰색의 둥근 항아리들이지만, 어느 하나 빛깔이나 형태가 같은 것이 없다.

사진가 구본창이 찍은 달항아리와 화가 고영훈의 드로잉은 진짜 달항아리보다 더 풍성하다. "조선시대 백자가 가진 무욕의 마음을 기계적인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게 구본창의 고백이다.

강익중의 평면작업 속 커다란 달항아리는 하늘처럼 푸른 빛을 띄고 있다. 정광호는 구리선으로 달항아리를 만들었고, 김덕용은 목판에 새겨넣었다. 표현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달항아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감과 풍요로운 기운은 모두 같다.

설과 정월대보름을 앞둔 이즈음에 잘 어울리는 전시다. 전시가 열리는 2월 10일까지 매주 일요일 낮에는 관람객에게 오곡밥과 나물을 대접하고, 15일과 2월 1일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강연도 열린다. (02)519-08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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