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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주력 산업부터 그린까지 (1) 녹색 혁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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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주력 산업부터 그린까지 (1) 녹색 혁명 시작됐다

입력
2009.01.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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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 경제의 화두는 주력 산업의 녹색화, '녹색 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에너지를 많이 쓰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큰 철강과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들을 어떻게 녹색화하느냐 여부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녹색 전환이 기업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기후변화 관련 규제의 강화이다. 기후변화(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며 복사열이 방출되지 못해 생긴다.

이에 따라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며 유럽에선 이미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게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2015년까지 모든 신차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km당 130g 이내로 줄이는데 합의했다. 프랑스에선 이미 지난해 초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량 가격이 최고 3,500유로까지 차이가 난다. 미국도 47개 주정부가 1,000개가 넘는 대기 관련 규제들을 시행하고 있다. 녹색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도 불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탄소배출과 관련된 정보를 요구하고 나선 점도 주목된다. 이런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참여한 기관이 이미 385곳이나 되고, 이들의 자산 규모가 5조7,000억달러에 이른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들의 정보공개 요구를 받은 기업수도 3,000개를 돌파했다.

기업이 정확한 탄소배출 정보를 내놓지 못하거나 탄소배출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제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데도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 도래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환산, 기업을 평가하는 '탄소회계'(Carbon Accounting)도 등장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의 평판이 이제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 능력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주요 석유ㆍ석탄 회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냈다.

그러나 녹색 전환의 의미는 이런 리스크의 측면 보다는 비즈니스와 기회의 측면이 더 크다는 데 있다. 이미 세계 일류 기업들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ㆍ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상상을 뜻하는 이매지네이션의 합성어)을 성장전략의 키워드로 삼은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06년 관련 제품으로 12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GE는 '환경은 돈이다'라고 공언할 정도로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움직이고 있다.

1991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며 주목받은 듀폰은 그 동안 2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세계 5위권의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경영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는 탄소중립을 선언, 2010년까지 9억달러의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북유럽의 전력회사 포텀은 기후변화에 대한 조기 대응 경험을 토대로 사업 영역을 지구온난화 컨설팅 서비스로 넓혔다. 녹색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례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2012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등을 논의하기 위해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릴 제15차 기후변화 총회에선 미국과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녹색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아직 초기단계여서 선도기업과의 격차도 크지 않은 만큼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녹색 산업화 전략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 주력 산업 '3G 전략' 추진

정부의 주력 산업 녹색화(그린 트랜스포메이션)는 '3G 전략'으로 추진된다.

첫째, 녹색 혁신(Green Innovation)이다. 9대 주력 산업을 비전에 따라 세분화한 뒤 업종별로 녹색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존 산업의 저탄소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철강ㆍ석유화학ㆍ섬유 산업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친환경 공정 혁신을 통해, 자동차와 조선ㆍ기계 산업은 수송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하이브리드형 동력 개발을 통해 녹색 혁신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에선 기존의 기술 경쟁력을 대체에너지 등 신산업 창출로 연계,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둘째, 저탄소형 산업구조로의 재설계(Green Restructuring)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산업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저탄소형 산업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녹색서비스산업?육성과 서비스산업의 그린화를 통해 저탄소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의 녹색경영도 강화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셋째, 가치사슬의 녹색전환 달성(Green Value Chain)이다. 기획-원료-생산-유통-소비-폐기 등의 가치사슬 전 과정을 환경 친화적인 저탄소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녹색표준 도입 및 IT 기술을 활용한 녹색 전환도 도모된다. 장기적으론 이런 녹색 산업화로 '녹색 허브 코리아'를 지향하겠다는 목표이다.

지식경제부 조 석 산업경제정책관은 "그간 우리 경제가 '수출드라이브'와 '기술드라이브'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산업강국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녹색드라이브'를 걸어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게임의 룰을 선도해야 할 때"라며 "기업들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 앞장설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 '녹색 뉴딜' 모델 GND그룹 보고서

최근 세계 각국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그린 뉴딜' 정책은 한 전문가그룹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주목된다.

영국의 경제ㆍ환경ㆍ에너지 문제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GND그룹'은 지난해 7월 '그린 뉴딜'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가 금융 붕괴, 기후변화, 화석연료 고갈이라는 '3중 대란'(트리플 크런치ㆍtriple crunch)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 두 달 전에 이미 신용위기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와 일자리 감소에 직면할 것임을 예측했다. 또 현 금융위기의 원인을 세계화의 미명 아래 자행된 금융 부문에 대한 무책임한 규제 완화에서 찾았다.

이런 흐름이 무한대의 신용을 창출, 책임지지 못할 대출과 자산의 거품을 낳았고 결국 환경적으로도 지속 불가능한 소비를 지탱해왔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나아가 이 같은 소비가 부자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구 생태학적 측면에서도 거대한 '환경 적자'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현대 사회는 하나 뿐인 지구와 미래를 저당 잡혀 대출을 받은 뒤 흥청망청 소비를 해왔다는 것. 그러나 2007년 8월 9일 은행들은 서로의 부채 규모를 알게 됐고, 이 때부터 서로 돈을 빌려주길 거부하며 금융 붕괴가 시작됐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GND그룹이 3중 대란의 대책으로 제시한 해법은 간단하다. 먼저 금융 부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대마불사의 신화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거대 금융기관들을 잘게 쪼개야 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화석연료에 대한 세금을 크게 물릴 것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불황기엔 이자율을 낮추는 통화정책과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는 경제학자 J.M.케인스의 주장을 되새기고 있다.

그럼 정부 지출을 어디에 쏟아 부어야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데, 보고서는 이를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사회 전 분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 녹색 비즈니스 투자에 집중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과도한 탐욕의 결과가 경제위기 뿐 아니라 지구 환경도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은 만큼 이를 치유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금융 붕괴처럼 나중엔 지금보다 10배, 100배의 비용을 들여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이들 전문가그룹의 혜안이다.

보고서는 또 3중 대란의 결과는 경기침체, 재난, 정치적 불안정, 삶의 상실 등 전쟁의 결과와 매우 유사하다는 데 주목했다. "트리플 크런치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전시 체제를 동원하고, 새로운 계층인 '그린칼라'(Green Collar)를 적극 육성하라." 보고서의 결론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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