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공개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잡지 '방송문예' 12월호에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이 공개됐고, 거기에는 출연자들의 캐릭터나 그들이 해야 할 행동이 상세하게 쓰여져 있었다.
'패밀리가 떴다'의 장혁재 PD는 공개된 대본은 방송 초반의 것으로 출연자들을 돕기 위해 내용이 자세히 적혀 있을 뿐, 최근의 대본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의 해명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논란의 답은 누구도 낼 수 없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자들은 가상의 결혼생활을 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라 말한다.
대본이 있든 없든 '리얼'을 결정하는 것은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진심을 보여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뿐이고, 그 진실은 출연자들만이 알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허당'이나 '엉성 천희'같은 별명을 만들며 인기 캐릭터를 창조하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짜든 아니든, 캐릭터가 사랑받아야 시청자들이 그들의 진심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패밀리가 떴다'도 진짜냐 아니냐 여부 이전에 스타들이 촌스러운 모습을 하고 서로 부대끼는 것이 흥미를 모았다.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 쇼란 '대본 없는 시트콤'이나 스타들이 보통 사람과 최대한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르일 수도 있다. 이런 배경에는 연예인에게 많은 부분을 기댈 수밖에 없는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제작 환경이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시청자 투표로 우승자를 뽑는 대규모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면, 그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진심이 무엇이든 실제 상황을 다루는 리얼리티 쇼가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쇼를 만들 제작비나 시간이 없다.
MBC '무한도전'은 전국체전 에어로빅대회를 위해 출연자들이 다른 스케줄을 병행하며 몇개월씩 에어로빅 연습에 매달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연예인들에게 어떤 설정을 주고 그들에게 프로그램을 맡기는 것이 한계다.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논란은 설정을 해서라도 빨리 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프로그램이 굴러가는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이는 국내 오락 프로그램에도 사전제작제 같은 제작 시스템이 있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대본이 필요없는 '리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것은 한국 오락 프로그램 전체의 발전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일지도 모른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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