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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자들 "알아야 돈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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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투자자들 "알아야 돈 번다"

입력
2009.01.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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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이모(40ㆍ경기 수원시)씨는 지난해 금융자산이 반토막 났다. 은행은 '남 탓'(세계경제 침체)만 했다. 울화가 치밀자 가만있을 수 없었다. 그는 "무작정 펀드에 가입한 게 화근이었다"며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사업 틈틈이 공부를 따로 했다"고 했다. 급기야 지난 연말 두 달 만에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땄다. 주식 선물 등 기본 용어를 이해하는 기초적인 자격증이지만 이씨는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는 현재 증권 관련 다른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서 열린 투자설명회는 예상 밖 문전성시를 이뤘다. 장이 나쁠 땐 10석, 잘 나갈 때도 30~40석 차는 게 고작이었지만 만석(100석)이 되고도 모자랐다. "손실을 만회할 생각에" "올 시장에 대한 기대감에" "설명회 끝나고 나눠주는 책을 받기 위해" 등 목적은 다양했다. 자영업자, 주부, 70대 어르신 등은 강사의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열심히 필기까지 하는 등 학구열이 뜨거웠다.

펀드 투자자가 똑똑해지고 있다. "친구 따라 (펀드를) 들었을 뿐이고, 은행이 좋다고 해서 (돈을) 맡겼을 뿐이고"라는 자조는 들리지 않는다. 묻지마 투자 때문에 '펀드통(痛)'에 시달리던 투자자들이 작정하고 공부에 나선 것.

적극적 투자자들은 관련 자격증을 따고, 투자설명회를 찾고, 인터넷사이트에서 의견을 교환한다. 실제 최근 인터넷의 한 재야 고수가 마련한 주말 캠프엔 10만원이라는 회비에도 불구하고 1,000여명이 신청했을 정도다. 파리만 날리던 각 증권사 투자설명회에도 요즘 들어 참가자가 부쩍 늘고 있다. "모르고 당하는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게 이유다.

웬만한 펀드 정보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 스팸메일로 여겼던 펀드 운용보고서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주부 이모(40)씨는 "수익률만 슬쩍 보고 지웠는데, 올해부터는 내 펀드가 보유한 자산목록부터 투자기간, 환매 횟수, 운용취지와의 차이점 등을 살펴본다"며 "어려운 경제용어는 인터넷이나 은행 직원에게 묻는다"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도 투자자들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김윤희 하나은행 본점 차장은 "이제 '누가 OO펀드 좋다더라'라는 얘기는 사라졌다"며 "배당여부, 수수료뿐 아니라 펀드가 투자하는 지역의 경제상황에 대해 자세히 묻기도 한다"고 했다. 삼성증권 변경록 PB는 "예전엔 수익률만 물었던 게 고작인데 최근엔 유가와 증시, 환율과 증시의 연관성, 중국 경기부양책의 영향 등 질문이 구체적"이라고 했다. 심지어 뒷받침용 자료를 요구하는 고객도 늘었단다.

이 같은 변화는 학습효과 덕이다. 원금손실에 더해 수수료까지 물어야 했던 중도환매의 기억은 소수점 단위까지의 수수료 정보를 요구하게 됐고, 단순히 명성만 듣고 투자했다가 물린 경험은 길고 복잡해 잘 알지 못했던 펀드의 이름을 꼬치꼬치 캐묻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투자자 노력과 맞물려 투자자 보호도 한층 두터워진다. 자본시장통합법이 2월 시행됨에 따라 투자자의 성향과 상품의 투자등급(각 5단계)을 철저히 매기고 따지는 '적합성 원칙'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불완전 판매'가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이현수(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3)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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