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성남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방부와 공군은 활주로 각도를 3도 가량 조정하고 안전 장비를 보강함으로써 비행 안전 및 작전 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하지만 전직 전투기 조종사 등 전문가들은 "불행한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선 유사시 공군의 작전임무 수행이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A씨는 12일 "전쟁이 나면 수많은 항공 전력들이 성남공항을 이용하도록 돼 있다"며 "평시의 절차가 모두 무시되는 상황에서 초고층 빌딩인 제2롯데월드 건물은 군 작전에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가 되면 서울공항의 항공기가 한꺼번에 이륙하거나, 공습을 나갔던 전투기가 연료 부족 내지는 발진 기지 파괴 등의 이유로 성남공항에 몰려들 수도 있다. A씨는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공군이 어쩔 수 없이 활주로 각도를 트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직 전투기 조종사 B씨는 "공군에서 말하고 있는 각종 보완 장비를 보면 이론상으로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문제는 그런 이론이 통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수 많은 계기가 정상을 가리키는 상황에서도 사고는 발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계기비행은 정확하지만 오차가 있고, 조종사의 착각 등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실수가 있어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06년 최신예 F-15K 전투기가 훈련 중 바다로 추락했으나 엔진도, 계기도 이상이 없다는 게 당시 조사결과였다.
B씨는 "초고층건물이 인근에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기상악화, 중요임무에 따른 압박감 등 다른 요인들과 합쳐진다면 평상시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주로 각도를 3도 가량 조정하게 되면 제2롯데월드와 접근하는 항공기의 축선과의 거리가 기존 활주로와 비교했을 때 700m 가량 더 멀어지게 되는데, 이 정도의 조정이 고속으로 접근하는 항공기의 입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보강되는 장비의 효과도 미지수다. 공군은 동편 활주로를 3도 가량 방향 변경하고, 비행 안전 및 작전운영 여건 보장을 위해 장비와 시설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장비 보완에는 지상의 정밀감시장비 설치, 제2롯데월드 건물 내에 최종 경고체계 구축을 비롯해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에 지형인식경보체계를 장착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항공기에 보완해야 할 장비다. 공군 관계자는 "서울공항으로의 이ㆍ착륙이 예측가능한 항공기는 성남과 김해 기지의 50여대 가량"이라고 말했다. 지형인식경보체계를 달게 될 50여대를 제외한 항공기는 제2롯데월드 완공 이후 서울공항을 이용하려면 위험부담을 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공항은 유사시 다양한 군 항공기가 이용해야 할 뿐더러 평시에도 세계 각국의 귀빈이 방한 시 이용한다. 공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행안전을 보장하는 다양한 장비를 보완할 경우 하나(항공기의 지형인식경보체계)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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