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기간 중 밝힌 일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문제에 '올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해명을 달았다.
오바마는 11일 abc방송의 시사프로 '이번 주(This Week)'에 출연, "나는 이제 현실적이기를 바란다"며 "선거 때 내가 말했던 모든 것을 기대했던 속도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일부 공약이 철회되거나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그의 발언은 경제문제에서는 부유층에 대한 증세 공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는 회견에서 이란 핵 문제, 중동평화 협상,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 등 테러 및 대외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국제정세가 예상 밖으로 급박하게 전개돼 유세 당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위기의식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문제와 관련,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라며 법을 존중하면서 수감자들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타나모는 폐쇄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위해를 가하려는 자들이 풀려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해 수용소가 상당기간 존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오바마는 유세 기간 중 관타나모에 대해 "인권침해의 상징이자 미국 사법체계의 수치"라며 수용소 폐쇄를 취임 이후의 최우선 순위로 꼽았었다.
뉴스위크는 '오바마의 체니 딜레마'라는 최신호(19일자)에서 "오바마가 대 테러전에 대한 부시-체니 정책을 뒤집겠다고 공약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는 "차기 정부가 (테러 문제에서) 국가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중간지대'를 찾을 것"이라는 새 정부 고위 인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바마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권남용을 거칠게 수정할 가능성이 적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여름 영장 없는 불법 도ㆍ감청의 법적 근거가 됐던 해외정보감시법(FISA)의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수정안의 내용은 보다 폭 넓은 법적 감시를 전제로 했지만 비밀스럽고 모호한 도ㆍ감청 프로그램을 부시 정권이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준 것이었다. 오바마가 한 때 "우리가 지키고자 싸우는 법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스위크는 "부시-체니 정권의 잘못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했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회색지대에 있는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여된 거대한 권력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무역 교육 이민 테러 등 오바마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내외 정책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며 항목별로 '취임 후'를 전망했다. 신문은 오바마가 "취임 후 16개월내 이라크에서 미 전투병력을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한 공약을 달라진 대표적 사례로 지적했다. 오바마 측은 "전원철수"라는 표현 대신 3만~7만명의 병력을 이라크군 교육 명분으로 계속 주둔케하는 '잔존 병력(residual force)'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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