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사진)이 8일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힐튼호텔의 25년 역사는 외환위기와 최근 금융위기 사태 등 파란만장 한 우리 경제사와 맥을 같이 한다. 힐튼호텔은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받아들이겠다고 서명한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알짜배기 계열사를 팔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 곳이며,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권 매각이 무산된 회한의 매물이기도 하다.
힐튼호텔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김 전 회장의 진두지휘로 계열사인 ㈜동우개발이 1977년 12월 14일 힐튼인터내셔널과 호텔 위탁경영 계약을 체결, 4년간의 공사 끝에 1984년 1월 8일 개관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가 공중 분해되면서 99년 12월 1일 싱가포르계 투자전문회사인 ㈜CDL호텔코리아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당시 소유주는 ㈜대우개발(전 동우개발)로 김 회장의 아내인 정희자 여사가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호텔 인테리어부터 파스타에 들어가는 재료까지 정 여사의 손길의 닿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대우의 '힐튼 사랑'은 남달랐다. 특히 최근 김 회장에 대한 25년간 헐값 임대계약으로 법정공방이 이뤄졌던 23층 펜트하우스는 세간의 화제였다.
CDL사의 9년간 힐튼 경영은 카지노시설 유치 등으로 절정을 맞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이익 실현을 위해 매각을 추진한다. 국내 부동산투자개발 회사인 강호AMC가 매수자로 나섰지만, 자본금 2억원 규모로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였기에 인수자금 5,8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놓고 루머가 무성했다. 강호AMC 뒤에 김우중 회장이 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다행히 금호산업이 원리금 지급보증을 서고, KB증권 등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의 인수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하지만 금호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고,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강호AMC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금 580억원 만 떼인 채 무릎을 꿇었다.
힐튼호텔 관계자는 "경영권 매각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최근 노사간 임금협상이 무난히 타결돼 그나마 다행"이라며 "M&A가 빨리 마무리돼 제2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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