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의 박모씨는 과연 유일한 미네르바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의문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그렇다' 라는 답을 내놓았다. 박씨가 '바로 그' 미네르바이며 다른 미네르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검찰은 먼저 그 동안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작성된 글이 대부분 2개의 고정된 인터넷 주소(IP)에서 작성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공유하는 여러 명이 여러 곳에서 글을 올렸다고 보기는 힘든 정황이라는 얘기다.
최근 미네르바의 필명으로 게시된 글이 초기 글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검찰은 "문장 구조나 문체, 사용하는 어휘가 유사해 모두 박씨가 작성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가 "내가 미네르바가 맞고 집에서 그 글을 올렸다"고 진술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이 그를 미네르바로 지목한 근거다.
박씨가 그 동안의 미네르바 이미지와 너무나 동떨어진 30세의 경제 비전공자라는 점에 대한 의문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그가 상당한 경제 지식과 문서 작성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검찰은 실체 확인을 위해 박씨에게 "한국경제 전망을 써보라"고 요구하자 그가 40여분만에 '2009년 한국경제 실물경기 예측동향'이라는 제목으로 A4용지 1.5매 분량의 글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 글에서"중국 등 해외 주요 수출국 내수 시장 위축과 원화 약세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액 감소가 다시 국내 실물경기에 타격을 가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어 2005년에 이어 제2차 자영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자신의 경제지식과 관련해 "대학을 졸업한 이후 개인적 호기심으로 '이론 경제학'을 수년간 독학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금융권에 몸담았던 50대 이상의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미네르바가 유명해지면서 과시욕이 생겼고, 내가 쓴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개인 신상도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그는 서울 지역의 한 고등학교와 경기 지역의 전문대를 졸업했고,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빌라에서 여동생과 함께 거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업체에 재직하다가 3개월 전에 퇴직했다는 주변인의 전언도 있었다. 부모는 경기 지역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들은 그를 조용하고 별 다른 특징이 없는 인물로 기억했다. 박씨의 이웃인 김모(85)씨는 "170㎝정도의 키에 통통한 편이며 착실하고 조용한 사람이었지만 지식이 풍부해 보이지는 않았다"며 "손재주가 좋아 보일러가 고장났을 때 도와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모(80ㆍ여)씨는 "박씨는 거의 집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었고 가끔씩 택배로 해산물 등 소포가 배달됐다"고 말했다. 박씨의 고교 시절 은사와 동창들도 "특별히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왕따'도 아닌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으로 그를 기억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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