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인터넷(와이브로) 음성 통화 서비스, 할 수 도 없고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와이브로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둘러싸고 통신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와이브로 음성통화 서비스란 와이브로를 이용해 휴대폰 서비스를 하는 것. 인터넷 망을 이용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기존 이동통신보다 요금이 저렴하다. 즉, 값 싼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를 휴대폰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적극 추진하는 와이브로의 음성통화 서비스를 놓고 KT와 SK텔레콤이 고심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KT에 와이브로를 이용한 음성통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010 번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KT는 올해 말부터 010 번호를 부여한 와이브로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 업체별로 와이브로 음성통화에 대한 생각이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방통위, "통신료 낮추자"=우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와이브로 음성통화 서비스를 서두르는 이유는 통신료 인하와 차세대인 4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선점 욕심 때문이다. 와이브로가 등장해 값 싼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존 이동통신 업체들도 살아남기 위해 요금을 내릴 수 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통신비가 인하될 것이라는게 방통위 생각이다. 이를 통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낮춰 이명박정부의 공약 사항을 실천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와이브로를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세대 주력 서비스로 밀겠다는 야심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인 만큼 세계에서 주력 서비스로 부상하면 기술 사용료 및 장비 수출 등 얻을게 많다"며 "이를 위해 국내에서 우선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기존 이동통신이 죽는다"=반면 통신업계는 와이브로 음성통화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을 견제하고 4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와이브로 서비스를 서두른 KT도 정작 KTF와 합병을 앞두고 조심스런 입장이다. 와이브로 음성통화의 월 기본료를 1만원대 이하로 대폭 낮추면 한 집안이 될 KTF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통위로부터 010 번호 등 '정책적 배려'를 받은 마당에 와이브로 음성통화 서비스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도 없다. 와이브로 음성통화는 월 기본료가 1만원 이상이면 이동통신과 큰 차이가 없어 의미가 없다. KT 관계자는 "KTF의 이동통신과 와이브로 음성통화는 상호 보완재로 가야한다"며 "음성통화는 KTF 이동통신, 무선인터넷은 값 싸고 속도 빠른 와이브로를 이용하도록 이원화하면서 두 가지 모두 이용하면 가격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와이브로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음성통화에 강력 반대한다. 싼 값에 와이브로 음성통화를 제공하면 011을 비롯한 기존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빠져나가게 된다. 당연히 수익도 줄고 현재 이동통신 분야 1위 자리도 위협받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가 저가의 와이브로 음성통화를 제공하면 이동통신 시장은 방어를 위해 서로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며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SK텔레콤 입장에서 자사는 물론이고 KT의 와이브로 음성통화 서비스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지상과제다.
그러나 아직까지 방통위는 통신업계의 딜레마를 고려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와이브로가 통신업계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시각차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와이브로는 성장 한계에 다다른 기존 통신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라며 "앞으로 이동통신은 무선인터넷이 주가 되고 음성은 무료로 제공해도 될 정도로 바뀌기 때문에 서둘러 여기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