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저자 초대석-Book cafe] '똥깅이' 현기영·박재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저자 초대석-Book cafe] '똥깅이' 현기영·박재동

입력
2009.01.12 09:35
0 0

"4ㆍ3의 비참함을 묘사하느라 <지상에 숟가락 하나> 에서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마저 잔혹하게 그리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니,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소설가 현기영(67ㆍ사진 오른쪽)씨가 청소년 성장소설 <똥깅이> (실천문학사 발행)를 냈다. 4ㆍ3항쟁이라는 현대사의 참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를 어린 독자들이 다가서기 쉽게 다시 쓴 작품이다. 1999년 나온 원작은 그 해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고 지금까지 45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로, 지난해에는 국방부의 소위 '불온서적 리스트'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똥깅이> 에서는 1,600여쪽의 원작이 600여쪽으로 홀쭉해졌는데, 줄어든 부분은 4ㆍ3항쟁을 다룬 묵직한 이야기다. 대신 만화가인 박재동(56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ㆍ사진 왼쪽)씨의 삽화가 10여장 들어갔다.

"만해의 작품 중에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라는 구절이 나오는 시가 있는데, 현기영 선생님의 작품이 제겐 그런 겁니다. 선생님 소설은 그렇게 힘이 있어요." 박씨는 <똥깅이> 의 삽화 작업을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4ㆍ3항쟁을 소재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인데, 그 주인공 이름이 '똥깅이'다. "비극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방법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박씨는 현씨의 소설에서 필요한 드라마와 감성을 얻었다고 했다. 4ㆍ3이라는 역사의 질곡을 각각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 해원(解冤)하면서, 열한 살 차이의 두 작가는 벗이 돼 있었다.

<똥깅이> 에서 원작의 에피소드들은 서로 순서를 바꾸고 무게를 덜어 훨씬 밝은 색채를 띤다. 읽기 수월해졌지만 원작의 어둑하고 차갑던 메시지도 덩달아 뜨듯해졌다. 현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 인생의 기로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였어요. 이번 작품은 다시 고민 끝에 4ㆍ3에 대한 직접적 묘사를 덜어내기로 했어요. 자연의 일부로 밝게 성장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보고 싶었지요. 4ㆍ3의 역사는 훗날 자연스레 다시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유상호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