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3의 비참함을 묘사하느라 <지상에 숟가락 하나> 에서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마저 잔혹하게 그리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나니,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지상에>
소설가 현기영(67ㆍ사진 오른쪽)씨가 청소년 성장소설 <똥깅이> (실천문학사 발행)를 냈다. 4ㆍ3항쟁이라는 현대사의 참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를 어린 독자들이 다가서기 쉽게 다시 쓴 작품이다. 1999년 나온 원작은 그 해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고 지금까지 45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로, 지난해에는 국방부의 소위 '불온서적 리스트'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똥깅이> 에서는 1,600여쪽의 원작이 600여쪽으로 홀쭉해졌는데, 줄어든 부분은 4ㆍ3항쟁을 다룬 묵직한 이야기다. 대신 만화가인 박재동(56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ㆍ사진 왼쪽)씨의 삽화가 10여장 들어갔다. 똥깅이> 지상에> 똥깅이>
"만해의 작품 중에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라는 구절이 나오는 시가 있는데, 현기영 선생님의 작품이 제겐 그런 겁니다. 선생님 소설은 그렇게 힘이 있어요." 박씨는 <똥깅이> 의 삽화 작업을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4ㆍ3항쟁을 소재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인데, 그 주인공 이름이 '똥깅이'다. "비극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방법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박씨는 현씨의 소설에서 필요한 드라마와 감성을 얻었다고 했다. 4ㆍ3이라는 역사의 질곡을 각각 소설과 애니메이션으로 해원(解冤)하면서, 열한 살 차이의 두 작가는 벗이 돼 있었다. 똥깅이>
<똥깅이> 에서 원작의 에피소드들은 서로 순서를 바꾸고 무게를 덜어 훨씬 밝은 색채를 띤다. 읽기 수월해졌지만 원작의 어둑하고 차갑던 메시지도 덩달아 뜨듯해졌다. 현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 인생의 기로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지상에 숟가락 하나> 였어요. 이번 작품은 다시 고민 끝에 4ㆍ3에 대한 직접적 묘사를 덜어내기로 했어요. 자연의 일부로 밝게 성장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보고 싶었지요. 4ㆍ3의 역사는 훗날 자연스레 다시 접하게 되길 바랍니다." 지상에> 똥깅이>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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