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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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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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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치가 전복된 현대 사회의 미니어처인 듯 극단 골목길의 신작 '너무 놀라지 마라'에 등장하는 이 가족의 행동은 죄 기이하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 큰 며느리가 한 집에 사는 이 가족의 생계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며느리(장영남)가 책임진다. 영화감독인 맏아들(김영필)은 생계는 나 몰라라 하고 둘째 아들(김주완)은 은둔형 외톨이로 집 밖으론 한 발짝도 내딛지 않는다.

지인의 장례식장에 문상을 가서 가출한 아내가 상을 치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아버지(이규회)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고 자살하는 사건이 생기지만 동요를 보이는 가족 구성원은 없다.

장례 절차는 뒷전인 채 그저 근근이 일상을 꾸려갈 뿐이다. 썩어가는 시체와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관심사는 엉뚱한 데 있다. 둘째 아들은 고장 난 환풍기가 걱정이고, 첫째는 공상 과학 스토리인 자신의 새 영화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너무 놀라지 마라'는 시신이 끊임 없이 산 자에게 말을 하고 맏아들의 영화 속 캐릭터인 백발 미래인이 찬장에서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등 과장되고 코믹한 판타지로 버무려 처량한 현실을 표현하는 연출가 박근형씨 특유의 색깔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이다.

'너무 놀라지 마라'고 제목에 걸어둘 만큼 분명 파격적이고 놀라운 면이 있지만 더 이상 까무러칠 일이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그의 판타지는 어쩌면 평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의 호연 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TV로 활동 영역을 넓힌 며느리 역의 장영남씨뿐 아니라 최근 극단 골목길의 대표작마다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겨 온 둘째 아들 역의 김주완씨가 특히 돋보였다. 2월 1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6012-2845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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