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야말로 기업 발전에서 천재일우의 호기다.”
일본 마쓰시타(松下)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혁신이 불황기 때 움튼다고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사이, 향후 100년의 기술 혁신을 준비하는 일본 기업들이 있다. 불황을 기회 삼아 차세대 산업을 선도하려는 일본의 전략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일본 자동차업계에도 감산, 감원의 한파가 거세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설레는 가슴을 다독거리는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올해가 미쓰비시(三菱)자동차와 후지(富士)중공업이 전기차 상업 판매를 본격 시작하는 전기차 시판 원년이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올해 여름 내놓을 전기차는 ‘i MiEV(아이미브)’다. 연료탱크와 엔진을 대용량 리튬이온전지와 고성능 소형 모터가 대신한다. 일반 주택의 콘센트로 7시간(200V) 완전 충전하면 160㎞를 달릴 수 있는 4인승 경차다. 최고 시속 130㎞까지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모델의 휘발유차에 손색이 없다.
리튬이온전지 가격이 비싸 판매가는 430만엔 정도로 휘발유차보다 3배 이상 높다. 하지만 연료비가 휘발유의 3분의 1 이하이므로 길게 보면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이다. 미쓰비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2,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후지중공업도 연간 100대 판매 계획으로 경전기차 ‘플러그인 스텔라’를 내놓는다.
닛산(日産)자동차는 내년 중 전기차 시판을 계획하고 있다.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전지를 뺀 차체 값은 휘발유 차와 같은 가격으로 정했다. 전지는 닛산에서 리스, 연료비 절감분 만큼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도요타 역시 내년에는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혼다는 전동 오토바이를 자동차에 앞서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전기차는 에너지 효율에서 휘발유차나 디젤차의 2배 이상이다. 발전 단계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태양광발전 보급이 확대되면 배출 비율은 갈수록 낮아진다. 도요타, 닛산 등은 태양광 발전 능력을 갖춰 외부 충전이 필요 없는 전기차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필수인 충전망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최대 전력 회사 도쿄전력은 5분 충전에 40㎞를 달릴 수 있는 급속 충전기 개발을 완료해 미쓰비시, 후지전기차에서 실험 중이다. 대형 슈퍼마켓, 편의점, 은행, 우체국 등을 중심으로 보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 4월 이후 전기차 구입자에게 자동차 취득세와, 자동차 무게에 따라 매기는 중량세를 면제키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는 전기차, 오토바이 등 52대를 지자체 등에 빌려줘 보급 확대를 꾀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신차 판매 2대중 1대를 차세대 자동차로 한다는 목표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오로지 친환경 때문에 전기차 개발로 내달리는 걸까. 물론 아니다. 전기차의 심장인 리튬이온전지 세계 시장은 매년 20% 안팎 성장해 2014년까지 23억달러(3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휘발유차와 가격 차가 없어지고 충전 인프라 정비, 세제 혜택 등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까지 가세하면 기존 자동차 구매자가 언제 전기차로 눈을 돌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품질 좋은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세계 자동차산업을 주도할 날이 멀지 않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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