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성이 멎으면서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열 이틀 동안 계속된 지긋지긋한 포격. 이스라엘이 7일 '3시간 휴전'을 발표하고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실제로 공격을 중단한 뒤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3시간의 평화'를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잠시 평화가 찾아오자 가자 주민들은 식료품 등을 구하기 위해 먼저 가게로 달려갔다. 가게 앞에는 부족한 식료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수백 명이 늘어서 있었는데 물건이 부족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원하는 물건이 있어도 돈이 없어 발만 동동 굴리는 주민도 많았다. 전쟁으로 전기가 끊겨 은행과 현금인출기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구호품 배급 장소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구호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초조함 때문에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앞 줄에 서기 위해 몸싸움을 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제사업국 직원 존 깅은 "가자지구는 지상의 지옥"이라며 "이스라엘이 약속한 하루 3시간은 구호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유엔 산하 국제식량계획(WFP)은 구호품의 충분한 공급을 위해 상시안전공간의 확보를 호소했다.
짧지만 귀중한 평화를 희생자 매장에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망자가 600명을 넘으면서 묘지 마련이 쉽지 않자 공동으로 매장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됐다. 유엔학교 폭격 희생자 40여명의 장례식도 이 시간에 거행됐다. 주민 수백 명이 모여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유엔학교 부근 가게로 열한 살 난 딸을 심부름 보냈다 잃은 아버지 압델 미나임 하산(37)은 하마스 깃발로 딸의 시신을 덮은 뒤 "이제 나도 하마스 대원이며 저항운동에 나서겠다"고 울부짖었다. 희생자 시신 대부분은 초록색 하마스 깃발로 덮였지만 일부는 흰 천, 또 일부는 노란색 파타 깃발로 덮여 팔레스타인 주민의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척에 있으면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가족의 극적인 상봉도 이어졌다. 아부 알리 하산은 며칠 만에 아내, 세 딸을 만나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산은 "전화가 불통돼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었지만, 가족을 찾으려다 폭격을 당할 수 있어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며 "모두 무사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다가오자 주민들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고 거리에는 다시 적막이 흘렀다. 4시가 지난 지 몇분 되지 않아 이스라엘은 다시 폭탄을 투하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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