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리플리 지음ㆍ조윤정 옮김/다른세상 발행ㆍ360쪽ㆍ1만5,000원
과학기술적 풍요가 동전의 앞면이라면 사회생활 위험의 획기적 증가는 그 뒷면이다. 현대 교통수단은 속도를 대가로 보다 잦고 큰 사고를 인간에게 돌려준다. 공산품 덕에 생활이 풍요로워지면 질수록 자연ㆍ환경은 피폐해진다. 1986년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 에서 적시한 바다. <언씽커블> 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시대를 '재난 사회(Disaster Society)의 시대'라 한다. 언씽커블> 위험사회>
재난ㆍ재해 및 국토안보 문제 전문 전 타임 지 수석기자 아만다 리플리는 최근의 초특급 사고들을 헤집고 들어가서 삶의 단서들을 찾아올렸다. 9ㆍ11, 군중 압사 사고, 비행기 화재, 나이트클럽 화재 등 지옥의 현장을 뚫고 살아온 사람들을 인터뷰, 더욱 생생한 보고서가 됐다.
저자는 2004년 9ㆍ11 테러 3주년 취재차 세계무역센터생존자네트워크에서 당시의 상황과 맞닥뜨린다. 그 같은 상황에서도 가져갈 게 없는지 살피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는, 인간의 본능적인 모으기(gathering) 행동은 나타났다. 1,444명의 생존자를 조사한 결과, 4할이 사무실을 뜨기 전 물건들을 챙겼다. "시간 간격을 가늠하면서 사람들에게 한 발 한 발 총을 쏘는 것 같더군요."(243쪽) 2007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재미동포 조승희 총격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의 증언을 빌어, 이 책은 당시 상황을 '시체놀이'로 표현한다. 그때 학생들은 실제로 죽을 순서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엄청난 공포에 짓눌려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포식자들이 아프거나 병든 먹이는 회피하는 본능적 습성을 알고 죽은 척하거나 병든 척하는 태고 이래의 '진화적 적응'의 결과다.
이밖에도 폭발 사고, 압사 사고, 화재 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경험이 생생하다. 책의 웹사이트(www.TheUnthinkable.com)에는 재난을 당했을 때 지침이 될 만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언들을 모은 '생존 가이드'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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