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비만을 초래해 광고ㆍ판매가 제한되는 식품에서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가 대부분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최근 마련된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선정 기준을 적용,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햄버거는 조사 대상의 30%, 피자는 22%만 이에 해당했다.
식약청은 비만과 영향불균형을 초래하는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에 대해 3월부터 학교 내 매점에서의 판매를 금지하고, 내년 1월부터 어린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오후 5~9시에 TV광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다른 식품들은 컵라면의 90%, 탄산음료의 65%, 초콜렛의 37%가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햄버거와 피자는 대부분이 대상에서 제외돼 '정크 푸드'를 학교에서 퇴출하자는 입법 취지가 사실상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약청이 지난해 11월에 마련한 잠정안의 식품 선정 기준을 따를 경우 컵라면의 77%, 햄버거의 80%, 피자의 89%가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에 해당했다. 그런데 최근 시뮬레이션에서 해당 식품이 크게 달라진 것은 나트륨 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식약청이 잠정안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나트륨 권고치(2,000mg)를 감안, 600㎎ 이상으로 산정했던 나트륨 기준을 1,000㎎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 같은 기준 변경이 결과적으로 햄버거와 피자에 특히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나트륨 기준을 완화한 것은 국이나 탕 등으로 나트륨 섭취가 많은 우리나라 식습관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단체나 영양학회에서도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어 지키도록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비만이 아닌 아동들도 하루 평균 3,200㎎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식약청은 이달 중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의 영양성분 기준안을 입안예고하고 의견수렴을 거친 뒤 3월 최종 고시해 학교 내 판매 금지 등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식품 선정 기준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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