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헤인스 지음ㆍ정나리아 옮김/용오름 발행ㆍ427쪽ㆍ1만3,000원
18세기 프랑스 철학자로 당대를 대표하는 지성이었던 드니 디드로(1713~1784)는 가난했다. 볼테르, 루소 등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살던 그는 한 친구로부터 아름다운 진홍색 침실 가운을 선물받았다. 그 가운을 입고 책상 앞에 앉으니, 책상이 초라해 보였다. 디드로는 책상을 바꿨다. 그러자 낡은 책꽂이가 거슬렸다. 새 책꽂이를 들여오자 이번엔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그의 서재는 속속 다른 물건들로 채워지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디드로는,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
유명한 '디드로 딜레마'다.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는, 욕망의 추구가 만족 대신 더 큰 욕망을 낳는 이율배반적 상황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이 책 <디드로 딜레마> 는 바로 그 딜레마에 빠진 현대인들, 우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왜 늘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지를,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인 시간ㆍ돈ㆍ행복의 관계속에서 탐구한다.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길거리의 십대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인간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최고의 삶을 위한 시간ㆍ돈ㆍ행복의 황금분할을 그려본다. 디드로>
현대인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돈에 관해 저자는 흥미로운 분석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을 느끼지만, 어느 수준에 이르면 추가로 생기는 돈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993년 미국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한 해 2만달러를 버는 사람과 6만달러를 버는 사람의 행복감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에도 일종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체감의 그래프는 월 소득 1만5,000달러에서 변곡점을 형성하며 최상위 계층에서는 다시 정비례의 관계를 나타낸다. 그러나 이런 상관관계는 행복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행복 자체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행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 행복은 실현 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개인이 인생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상태의 한 가지가 행복이다."(422쪽)
행복이 종착역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행복을 위한 12가지 행동 지침을 소개한다. ▦적극적으로 바쁘게 살아라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라 ▦의미 있는 일을 하라 ▦걱정을 그만 하라 ▦기대수준을 낮춰라 ▦현재 중심적인 사람이 되어라 ▦부정적 감각을 제거하라 등이다.
허겁지겁 전투적으로 행복을 '쟁취'하려고만 하는 현대인들의 귀에 쏙 들어올 얘기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디드로가 빠졌던 딜레마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지침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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