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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텐카 라친과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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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텐카 라친과 미네르바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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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 넘쳐 흐르는 저 볼가강 물 위에서/스텐카 라친 배위에서 노랫소리 울린다/ 페르샤의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 웃음 띠인 그 입술의 노랫소리 들린다/ 돈 코사크 무리에서 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다시 못 올 그 옛날로 볼가강은 흐르고/ 꿈을 깨인 스텐카 라친 장하도다 그 모습.' 1970년대 대학가에서 유행한 러시아 민요 <스텐카 라친> 이다. 대규모 농민 반란으로 러시아 서남부 볼가강과 돈강 일대를 4년 동안 뒤흔든 돈 코사크 지도자 '스텐카 라친'의 처형 후 만들어져 구전된 노래다.

■그리고 스텐카 라친 사후 102년 만인 1773년 같은 돈 코사크 출신의 군인 예멜리안 푸가초프가 다시 대대적 반란에 나서 러시아를 흔든다. 그는 자신이 예카테리나 여제의 손에 숨진 남편 '표트르 3세'의 화신이라고 참칭, 추종자를 늘려나갔다. 그러나 황실군에 밀려 도망 다니던 그는 부하의 배신으로 황실군에 넘겨지고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되기 3개월 전인 1775년 1월에 처형된다. 그의 처형 이후에도 러시아 각지에서는 '푸가초프'의 화신이 나타났고, 돈 코사크 족을 중심으로 한 하층집단 사이에 '불사신 푸가초프' 전설이 떠돌았다.

■스텐카 라친 이야기가 민요로까지 남은 것은 종족명 '코사크'가 원래 '무장 자유민'을 뜻할 정도로 자유롭고 전투적 영혼을 자랑한 코사크족의 비원이 응집된 결과였다. '푸가초프'의 경우는 여기에 '농노제 폐지' 등 일부 혁명적 주장까지 덧붙여 하층 농민과 광부, 노동자 등 하층집단의 폭넓은 추종을 누릴 수 있었다. 당대의 사회체제에 대한 하층민의 불만을 토양으로 삼아 '영웅담'을 빚어갔다는 데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린 미네르바의 체포 소식에 문득 스텐카 라친과 푸가초프가 떠올랐다.

■그가 특별히 우리사회 저층의 불만을 온전히 담아내거나, 그의 담론에 적잖은 사람들이 자기투사를 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세계적 경제불안으로 민심이 흉흉하고, 정부 정책이 겉도는 상황은 온갖 참언(讖言)을 키우는 토양이어서 제2, 제3의 미네르바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뜻에서다. 그의 힘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칭송과 갈채를 보내어 대중의식에 불러일으킨 소용돌이의 결과다. 그런 대중의식에 변화가 없는 한 '광우병 괴담' 못지않게 사이버 공간의 주술적 힘을 과시한 이 사건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해결'로 남을 수밖에 없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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