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는 한화그룹의 고민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이 8일 한화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고, 한화는 이제 힘겨운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 됐다.
산은은 이날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함께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 한화측 자산을 매입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인수자금마련에 차질이 빚어져 결국 본계약(12월30일) 일정까지 한달 연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되자, 산은이 한화의 자금조달을 직접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만, 한화측이 요구해온 양해각서(MOU) 내용변경이나 인수자금 분할납부는 불허한다는 조건이다.
이제 공은 한화로 넘어 온 상황. 한화에게 주어진 공은 대략 세가지 정도인데, 어떤 시나리오든 리스크가 큰 터라 쉬운 선택은 없어 보인다.
시나리오 1. 조건부 수용 : 확률 50%
산은측 제안을 받아들이되, 한화도 실사와 협상을 통해 인수가격이나 대금납부방식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이다.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측은 “돈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MOU 체결 후 현장실사도 못한 채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우조선의 해외조선소 부실과 환헤지파생상품인 키코 피해를 합쳐 1조원 이상의 부실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화측 입장이다. 또 자체 자금과 산은의 자산매수자금을 합쳐 먼저 내고,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의 출자금이나 차입금은 금융시장 안정 때까지 미루는 2단계 납부방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은은 MOU 내용변경불가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한화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실무진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여지를 남겨 뒀다.
시나리오 2. 무조건 수용 : 확률 35% 이상
한화로선 차선의 선택이다. 한화가 자산매각대상으로 내놓은 자산은 ▦대한생명 지분(약 20%) ▦시흥시 군자매립지 ▦서울 장교동과 소공동의 빌딩 등으로 추산가치는 약 2조5,000원 가량이다. 이에 더해 1조원으로 추정되는 갤러리아백화점까지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산은이 현재 시가로 사서 3~5년 후 되팔아 남는 수익을 돌려주기로 한 만큼 한화로서는 큰 손해를 볼 거래는 아니다. 한화 관계자도 “산은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로선 여전히 산은의 조건을 그냥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부담스럽다. 인수가격 자체가 비싼데다가 최종 대금 납부일(3월말)까지 시한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은이 한화측 MOU수정 및 대금분할ㆍ연장납부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압박할 경우, 한화로선 수용 외엔 뽀족한 대안이 없다.
시나리오 3. 전면거부 : 확률 15% 미만
한화가 산은측 제안을 거부하고 대우조선인수 자체를 포기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이행금(계약금) 3,000억원을 날리게 된다. 글로벌 기업도약을 꿈꾸는 한화가 현재로서 이런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한 재계인사는 “경우에 따라선 대우조선을 포기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 조원의 빚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했다가 두산 금호처럼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우리쪽에서 계약 파기를 하면 그룹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인수 의지도 여전히 확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산은 역시 자기실속만 고집했다가 계약이 깨지게 된다면,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현재로선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지만, 그렇다고 ‘치킨게임’으로 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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