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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뫼비우스의 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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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뫼비우스의 띠

입력
2009.01.0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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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를 한 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쉽게 만들어지는 모양이나 그 성질이 간단치 않다. 한 면을 따라 색칠을 하면 양면이 다 칠해진다. 즉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모든 것에 안과 밖이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중심선을 따라 자르면 4번 꼬인 띠가 되고, 3등분선을 따라 자르면 뫼비우스 띠 한 개와 4번 꼬인 띠가 얽힌 모양이 된다. 기계를 돌리는 벨트를 뫼비우스 띠처럼 한 번 꼬아 사용하면 양쪽 면이 고르게 닳아 수명이 길어진다. 1865년 이 같은 성질을 발견한 독일의 수학자 A.F. 뫼비우스는 덕분에 이름을 길이 후세에 남겼다.

■ 뫼비우스 띠는 그 함의 때문에 노랫말이나 문학작품에도 종종 등장한다. 조세희의 연작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속의 한 단편인 '뫼비우스의 띠'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잘 구분되지 않는 상황을 다룬다. 현실에서도 뫼비우스 띠 같은 현상이 드물지 않다. 정권이 바뀐 뒤 여야가 과거 서로 비난했던 행태를 그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 모양이 바로 그렇다. 해를 넘겨 이어진 여당의 MB법안 강행처리 시도와 야당의 실력저지 대치는 지난 정권 시절 사학법개정안 등 개혁법안 처리를 두고 벌어졌던 여야 대결의 판박이다.

■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3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의 본회의장 농성을 KBS 오락프로그램 '1박2일'에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비판은 2004년 12월 4대법안 강행처리를 막기 위한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전 의원은 결국 자신과 한나라당을 비판한 셈이다. '민주주의는 숫자'라는 주장은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펴던 논리였다. 코드ㆍ낙하산 인사, 미디어 장악 및 국정원 정치개입 논란, 독선 정치 논란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입장이 신기할 정도로 정반대가 되었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쟁점법안 강행처리 비판은 뫼비우스 띠 같은 정치판에서 예외다. 그는 2004~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여당의 '4대 악법' 강행처리를 앞장서 저지하고 규탄했다. 한 달 넘게 장외투쟁을 이끌기도 했다. "숫자로 표결해 버리면 야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던 그가 한나라당에 대화정치를 주문한 것은 일관성이 있다. 침묵을 지켜오다 이제야 작심한 듯 얘기를 꺼낸 배경이 석연치 않고, 당내 계파대립 차원의 발언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뫼비우스 띠의 순환을 벗어나야 정치발전이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은 평가할 만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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