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지상작전을 강행하면서 “하마스가 로켓탄 공격 중단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방어적 이유를 내세웠다. 팔레스타인 강경 무장정파 하마스는 2007년 6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파타당을 내쫓고 가자지구 통제권을 장악한 이래 이스라엘을 향해 약 5,500발의 로켓탄을 발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 프랑스가 제시한 48시간 휴전안을 거부하는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평화적 방식이 아닌 지상군 투입이라는 강경책을 택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서둘러 휴전협정을 체결할 경우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 재공격할 시간을 제공할 뿐이라는 계산이 담겨 있다.
2006년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레바논 전쟁에서 지상군 투입에 실패한 후 흠집 난 군사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의도도 있다. 뉴스위크는 “1948년 건국 후 네 차례의 중동전쟁 등을 승리로 이끌며 군사강국으로 인정받던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실패한 뒤 지역 내 전쟁 억지력을 상실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상작전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우리의 목적은 가자지구의 재점령이 아니다”고 한 것이나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장기전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역시 “이번 군사작전의 목적은 (하마스 로켓탄의 공격을 받는) 이스라엘 남부의 평화 정착이지 하마스를 전복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장기전을 펴기 보다는 서둘러 하마스 세력을 무력화해 유리한 조건의 휴전 협상을 체결하려 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로이터통신도 4일 “이스라엘군이 약 150만명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지역인 가자시티로 진격, 도심 교전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 봤다.
변수는 하마스의 대응 방식이다. 하마스가 강경하게 버틴다면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하마스는 지상군 투입 직후 낸 성명에서 “가자지구가 이스라엘군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보였다. 가자지구 내 하마스 무장세력은 지하 땅굴을 통한 무기 밀반입으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의 사망자가 480명에 육박하면서 중동과 유럽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노력 역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충돌을 바라보는 미국의 생각이 달라 중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여타 국가와 달리 미국은 ‘전적으로 하마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성명의 합의 도달에 실패한 것도 미국 때문이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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